고깔을 쓴다욕조(2)뜨거운 꼭지를 틀어놓고 어느 정도 차올랐다 싶으면 차가운 물로 온도를 맞추었다. 수위적정선까지 차오른 욕조 속은 늘 이채롭다.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물속인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똬리를 틀고 있을 신비함마저 종종 느끼곤 했다. 그건 아마도 욕정을 불러 모으는 첫 단추가 욕조로 인식되어진 까닭 때문이다. 어릴 적 고추를 덜렁이며 물장구에 목욕을 하던 강가가 전부인 나는, 동네 형에게 이끌려 극장에 간적이 있었다. 개구멍으로 통해 들어간 영화는 미성년자 관람불가를 상영하고 있었다. 중간에 들어가서 하필 만난 장면은 욕조
꿈에서 깨어나 눈 뜬 삶을 살자(지난호에 이어) 구전으로 전해오는 설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아주 낡은 절에 주지로 부임된 스님이 계셨습니다. 그 스님은 다 쓰러져 가는 법당에 앉아 빗물로 얼룩진 불상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성스런 부처님의 모습이 빗물로 얼룩졌으니 개금불사를 해야겠군. 그런데 누구에게 시주를 권해본다. 부처님의 모습을 보면 당장 불사를 하기는 해야겠고, 이 일을 어떻게 한담?” 이런 생각을 한 스님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법당에 앉아 기도를 하다가 새벽에서야 살풋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스님 꿈
癸卯年 새해를 맞이하며 ~서기 2023년은 육십갑자 중 마흔번째의 순서인 계묘년으로 검은 토끼띠의 해다. 토끼는 겁이 많고 예민한 동물로 감수성이 뛰어나고 재치 있는 동물이며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이라 하여 다산과 성장, 풍요, 행운을 상징한다. 또한 토끼는 소리를 내지 못하는 대신 큰 귀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그만 소리도 놓치지 않고 다 들을 수 있는 특징이 있어 많은 오너들과 정치인들이 본 받아야 할 동물로 회자(膾炙)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대통령과 수많은 정치인들의 말실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한 해였기에 금년 계묘년은 말
우리를 기분 좋아지게 하는 일들학창시절 독일 작가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글을 배웠다. 세상 살면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이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슬픈 사연을 나열하다가는 세월없고, 또 더 이상 슬픔에 머물러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그 시절 거꾸로 언젠가는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글 한편을 쓰고자 마음 먹었다. 그게 벌써 40년이 다돼가는데 글은 없다. 하여 새해를 맞아 짧은 희망이라도 전하여 기분 좋아지길 바라며 쓴다.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며 소담스럽게
산남의진역사(山南義陣歷史) 9248. 太平途中(태평도중) 태평으로 가는 길 出林步步1)拂輕(출림보보불경거) 近水孤村四五廬(근수고촌사오려) 麥氣初靑春事半(맥기초청춘사반) 花風乍起化工餘2)(화풍사기화공여) 禪經3)滿案還疑佛(선경만안환의불) 山菜登盤可代魚(산채등반가대어) 借問城東遊冶子4)(차문성동유야자) 何如飮氷5)讀仙書(하여음빙독선서) 걸음걸음마다 옷자락 가벼이 펄럭이며 숲을 나서니 강가 외딴 마을 오막살이 너댓 채보리 싹이 막 푸르니 봄농사 반이 지나고꽃바람 문득 일어나니 조화옹의 공교함이 여유롭네선경이 책상에 가득하니 도리어 부처될
익양지 제6권 - 인물(人物)효(孝)윤태영(尹泰永) 호군 순대의 손자. 아버지의 병에 손가락 두 개를 잘라 그것으로 피를 드리움을 사람들은 많이들 어려운 일이라 여겨 예조에 문서로 알렸다.박치각(朴致恪) 청재 심문의 뒤. 진사 효근의 현손. 나이 겨우10여세에 증조부의 초상을 당하여 거상(居喪)이 마치 성인과도 같았다. 집안이 또한 가난하였지만 초상의 예를 다 갖추었으며 새벽과 저녁의 배묘(拜墓)에 언제나 한 마리의 범이 따라다녔기에 이웃 사람들은 효감(孝感)의 소치라 칭찬했다. 호는 남강박인휴(朴寅休) 밀양인. 통정대부 사제의 아
청도의 꿈(2) ∎∎1969년 8월 4일, 대통령 박정희는 대통령전용열차를 타고 부산 수해현장을 찾아가다 말끔히 단장된 신도마을을 목도한다. 박정희는 비서실장 이후락에게 열차를 세울 것을 지시하고, 그렇게 열차는 신거역에 잠시 멈추어 선다.이내 박정희 눈앞에 30여 가구 남짓 되는 아담한 신기마을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졌다. 박정희의 눈에 비친 신기마을은 별천지였다. 좁장하지만 깨끗한 골목길과 시원한 농로는 살림솜씨 야무진 여인네의 부엌마냥 깔끔했다. 그 흔하디흔한 잡초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 약속이나 한 듯 골목 쪽 담장아래
메이칭의 중국 이미지(183)《中国统计年鉴-2021》의 자료에 따르면 11,143명으로 비교적 적은 수의 소수민족에 속한다. 문파족은 농업을 주로 하는데 쌀, 기장, 수수, 옥수수, 고지대 보리, 대두 등이고 일부는 메밀과 밀도 생산한다. 문파족은 전통 종교 중 원시 종교, 본교 신앙, 티베트 불교 신앙의 융합과 공존은 먼바족 종교 신앙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만물에 영이 있다는 원시 종교와 본교는 문파족의 오래된 신앙이다. 재난을 피하고 복을 빌기 위해 사람들은 귀신을 섬기고 희생(소·양·돼지 따위의 제물용 가축)을 바치며 각종 굿
고깔을 쓴다욕조(1)미주가 결혼을 했다. 초대받지 못한 나는 두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도착했다. 조금은 침울했고 ‘파토나 나버려’라는 주문을 입안에 오래도록 머금고 있었다. 침을 뱉고 싶었지만 주문이 묻어나올까, 참았다. 말없이 구석진 곳에 비치된 정수기 앞으로 다가갔다. 고깔 종이컵이 뾰족하게 테이블에 탑처럼 쌓여있었다. 한 개를 뽑아 정수기 버턴을 눌렀다. 고여 드는 물소리가 새로웠다. 입안에 고인 침을 넘기고 주문도 넘겼다. 미주의 불행을 염원하는 간절한 주문이 온몸 구석구석 퍼져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길 소원했다. 신부 측
꿈에서 깨어나 눈 뜬 삶을 살자하지만 그런 사람 중에 간혹 자식이 출가를 하겠다고 하면 세상이 다 끝장이나 나는 것처럼 난리를 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청년이 수많은 날을 고민하다가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는데 부모가 강력하게 반대를 하자 어느날 절에 와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부모가 사색이 되어 달려오더니 자식을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그 청년은 인천으로 도망을 갔는데 부모는 거기까지 달려가 출가하지 못하게 괴롭혔습니다.평소에 진리를 배우고 자비를 실천하여 극락정토에 나
청주한씨 중시조 한란(韓蘭)의 묘충북 청원군 남일면 가산리 산 18번지에 가면 청주한씨 중시조 한란(853~916)의 묘가 있다. 한란은 고려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징벌하려고 그의 집을 거쳐 지날 때 집 앞의 우물물을 떠서 식수로 공급하고 함께 종군하는 등 삼한통합에 큰 공을 세워 삼중대광태위가 되고 개국벽상공신에 오른 인물이다.원래 이 무덤은 조선 효종 10년(1659)에 파손된 것을 현종 4년(1663)에 개장하고, 숙종 16년(1690)에 묘역을 복원하였다고 한다. 매몰되었던 묘비와 상석을 찾아 세우고 개축할 때 세운 문인석
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말2022년 올 한해 교수들이 한국 사회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이 말을 압도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당연히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 정치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범위를 좁히면 지역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좋지않은 일이 생기면 ‘내 탓’이 아닌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짙다. 특히 정치에는 ‘니 말도 맞다’는 협치가 없다. 아집만 내세우는 것이 지금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지역 정치란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해 지역 공동
산남의진역사(山南義陣歷史) 91산남의진은 구한말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의병 활동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의병활동이다. 해방 후 인물 중심의 사관(史觀)에서 다룬 국사대관(國史大觀 이병도 지음), 국사정해(國史精解 박태석 지음), 최신중학국사(最新中學國史 남도영 지음), 국사의 신연구(정문사 편집부 지음), 한국사사전(사회학과 사서간행회 지음), 최신국사(강수원 지음), 한국독립투쟁사 등에는 의병대장 정관여(鄭官汝)를 언급하고 있다.해방을 맞이한 1946년 정용기 대장을 비롯한 창의부대의 주요 인물들이 대거
큰 오점 남긴 영천시의회 예산안 처리 과정 영천시의 2023년도 본예산에 대한 최종 심의 의결이 지난 16일 영천시의회 제227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의 걱정이 크다. 과연 어느 정도 심도있는 심사를 거쳤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 의원들 개개인의 사심은 얼마나 들어가 감액과 증액을 했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더욱이 큰 오점이라면 본회의장에서 수정안이 제출됐다는 사실이다. 통상 예산안이 제출되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고,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심사를 한다.
청도의 꿈(1)∎우리말에 ‘시답잖다’는 게 있다. 볼품이 없거나 하찮은 이야기를 할 때 “시답잖은 소리 그만하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또 ‘라온제나’라는 말도 있는데, 순우리말로 ‘즐거운 나’라는 뜻이다. 지금부터 들려줄 새마을운동발상지와 새마을운동 이야기는 우리들 시각으로 보면 정말이지 “별 시답잖은 소리를 다 듣겠네”라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올지도 모르는 이야기다.하지만 이들, 새마을운동의 중심에 있던 그들의 입장에서 듣고, 느끼고, 들여다보면 ‘라온제나’의 참뜻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우리의
메이칭의 중국 이미지(182)《中国统计年鉴-2021》의 자료에 따르면 677,521명으로 비교적 적은 수의 소수민족에 속한다. 고대 구이저우셩(贵州省) 일대성의 요인(僚人)과 관계가 있으며 고대 요인의 풍습을 보전하고 있는데, 주택, 복식, 음식, 장례, 귀뚫기 등의 풍습에서도 고대 요인과 유사한 특징이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거라오족은 19세기 말까지 여전히 ‘打牙’ 풍습을 유지했는데, 이 풍속은 원래 월초와 월중에 고기 요리가 있는 식사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고기를 먹거나 회식에 요리를 더해서 먹는 것을 말한다. 打牙祭의
성실함이 사람을 감동시킨다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 속에 사는 우리도 매일 무언가에 쫓기듯 조바심을 내며 괜스레 바빠지게 마련이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할 것이다. 또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 된다. 아직도 끝내지 못한 숙제들이 남아 있는데, 시간은 자꾸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아닐까. 갈 길은 아직 먼데, 해는 저물어 난감해하는 나그네의 형상이라고나 할까. 돌아보니 2022년도 눈 깜짝하는 사이에 가버린 듯하다.지구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축구가 막을 내렸다. 그
산남의진역사(山南義陣歷史) 9046. 春雨(춘우) 봄비 雲黑山靑巷柳垂(운흑산청항류수) 詩隨雨1)酒樓移(시공수우주루이) 輕潮射面2)心如海(경조사면심여해) 短枕支頭夢若絲3)(단침지두몽약사) 野渡忙回漂錦女(야도망회표금녀) 巖程全濕負樵兒(암정전습부초아) 爲聞花信今春好(위문화신금춘호) 驢奚囊4)任所之5)(여태해낭임소지) 먹구름 낀 산은 푸르고 길가 버들이 드리웠는데시인의 지팡이는 비를 따라 주막으로 향하네가벼운 빗줄기가 얼굴을 때리니 마음은 바다 같고짧은 베개에 머리 기댈 꿈은 실낱 같구나들 나루터 비단 빨래하던 아낙네 바삐 돌아가고바윗길에
익양지 제6권 - 인물(人物)효(孝)김덕유(金德裕) 참봉 예심의 뒤. 호는 남계. 어버이 모심에 효성이 지극하였고, 초상에 여묘살이 3년을 하였다 이시현(李時玄) 호는 덕천. 천성으로 효성이 지극하여 어버이 뜻에 순종하였다. 초상에 묘 곁에 여막을 짓고 이로써 예를 다했다 윤필성(尹弼成) 파평인. 호군 순대의 아들. 천성으로 효성이 지극하여 아버지가 연로하여 기력이 쇠잔해져 능히 가래를 뱉지 못하므로 필성은 언제나 (자신의)혀로 (가래를)빨아 내었다. 일찍이 병을 구완하여 약을 구하여 저녁에 돌아오면 범이 있어 길에 오르니 물려고
일꾼과 방송(2)엣지있는 관점을 잡는 건 작가의 영역이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고, 으레 그러한 뻔한 이야기는, 작가라면 지어선 안 된다.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씨줄(명징한 논리적 구성)과 날줄(촘촘한 설명적 구성)을 놓고 그 속에 교훈과 재미와 흥미를 두루 담아야 그게 양식 있는 작가다. 이를 기본으로 의 최고 주안점은 ‘단번에 읽히도록 하기’에 두었다. 사업회 측의 이번 스토리텔링 목적은 보다 많은 사람이 산남의진을 알아주기 바라는데 있다.형식도 상식을 갖추어야 했다. 조 부회장에게 ‘산남의진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