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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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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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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꿈(1)

우리말에 ‘시답잖다’는 게 있다. 볼품이 없거나 하찮은 이야기를 할 때 “시답잖은 소리 그만하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또 ‘라온제나’라는 말도 있는데, 순우리말로 ‘즐거운 나’라는 뜻이다.  

지금부터 들려줄 새마을운동발상지와 새마을운동 이야기는 우리들 시각으로 보면 정말이지 “별 시답잖은 소리를 다 듣겠네”라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올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들, 새마을운동의 중심에 있던 그들의 입장에서 듣고, 느끼고, 들여다보면 ‘라온제나’의 참뜻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 그건 말이 쉽지 오감이 바짝 곤두서지 않으면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에 시차만도 40년(2012년 기준)인데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천지가 개벽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에서 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그 시절을 ‘굳이 몰라도 그만’이 아니라, 상상력이 아니라 상상력 어미라도 부여잡고 그 시절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러시아의 양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수용소 군도>에서 “과거에 집착하는 이는 한쪽 눈을 잃는다. 과거를 잊는 자는 양쪽 눈을 잃는다”고 했다. 

우리는 20세기 초반 일제의 수탈과 36년이란 치욕사를 겪었고,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골육상쟁의 한국전쟁으로 한반도 전체가 뜯기고 찢기는 고통을 경험했으면서도 “잘 살 수 있다”는 뜨거운 신념을 저마다 가슴에 품고 불과 반세기 만에 20-50클럽(1인당 국민 소득 2만 달러, 인구 50만 명인 국가) 전당에 세계 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현재 세계 경제 규모 10위의 부자나라에 살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돈이 많다고 잘 사는 게 아님은 오랜 역사 경험을 통한 경험칙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20-50클럽 달성 국가들은 죄다 역사 의식이 투철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들의 뇌리 속에는 ‘우리의 현재 영광은 과거 조상들의 피와 땀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박혀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옛 이야기를 귀담아 듣기를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에 투영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도 우리가 이만큼 살 수 있는 것은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노력 없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임을 가슴 깊이 느껴야 한다. 그럴 때가 된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세계로부터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를 넘어 ‘기적의 나라’로 칭송받게 된 견인차였다. 

농촌 근대화운동을 넘어 대한민국 근대화운동의 시발이 된 새마을운동은 경상북도 남단의 자그마한 마을 청도군 신도리에서 그 불씨가 지펴졌다.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좌우로 쪼개져 극도의 이념 대립으로 치닫다 기어이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3년간의 한국전쟁이 끝난 후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운명이라며 현재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갔다. 그런데 신도마을 주민들은 달랐다. 모두가 합심해서 불편하면 바꾸고, 보기 싫으면 보기 좋게 갈아치우는 적극적인 삶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운명의 그날’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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