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가면 옻골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마을 주변에 옻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에 옻나무가 많아진 이유는 마을의 기운을 보호하기 위해 심어졌다는 풍수비보 차원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내용인 즉, 옛날 동네 가운데에 정자가 있었는데 지나가던 노인이 정자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고는 ‘이 마을의 정자에서 앞쪽 저 멀리 흐르는 금호강 물이 보이면 지기가 쇠하여 마을이 망할 것이다.’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후 홍수로 금호강 물이 보이자 이상하게도 주변에 울창했던 나무들이 말라죽고 동네 주민들
에어포켓(17)목요일은 수강생을 위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작업실 가운데를 널찍하게 치우고 수강생들은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여 누드모델 뎃생 수업을 했다. 석고 뎃생에서 한 단계 넘어간 누드모델 뎃생 수업은 수강료도 올랐지만 그만큼 저마다 진지해져 있었다. 남의 벗은 몸은 동성적이라 하더라도 시선을 끌 충분한 매력은 있었다. 수업 시작 전에 공간 확보와 수업이 끝난 뒤 원위치가 내 몫이었다. 수업시간에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 구석진 곳에 가림막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고 있어야 했다. 몇 번 호기심에 커튼을 살짝 걷고 누드모델에게 관심을
선주암(仙舟巖)은 수도(修道)폭포160)의 곁에 있다. (원문) 仙舟巖 在修道瀑布傍병풍암(屛風巖)은 고을의 서쪽 45리에 있다. (원문) 屛風巖 在郡西十五里봉암(蜂巖)161)은 고을의 북쪽 30리에 있다. 함계(涵溪) 정석달(鄭碩達 1660~1720)의 시(詩)에 읊기를,“홀로 푸른 호수 위에 섰더니어린 복숭아가 첫 꽃을 피울 때라 한가로이 읊조리다 돌아갈 길 잊었더니시흥(詩興)이 꽃과 가지에 남았네” 라고 하였다. (원문) 鳳巖 在郡北三十里 涵溪鄭碩達詩 獨立靑湖上 小桃初發時 閒吟忘去路 詩興在花枝조옹대(釣翁臺)162)는 고을의 북쪽
(지난호에 이어)베풀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요, 좋은 가르침을 받아 온순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베풀면서 사는 사람과 다른 이의 가르침을 들으며 사는 사람의 마음에 불행이 있을 수 없습니다. 늘 행복한 마음으로 충만하게 되어 있습니다. 많은 돈을 보시하는 생활보다 보시하는 그 마음을 낮출줄 아는 사람이 복을 받으며, 그렇게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은혜를 알고, 겸손하게 사는 사람이 복을 받습니다.20세기 최고의 부자였던 앤드루 카네기라는 사람은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하면서 평생 모든 재산을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공간에는 기(氣)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기의 발생은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천기와 땅에서 발생하는 지기가 있다. 풍수에서는 이러한 기운들을 잘 다스려 생전에는 인간생활에 건강한 삶을 제공하고 사후에는 망인의 평안과 더불어 후손들의 발복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풍수하면 먼저 명당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명당은 곧 좋은 땅, 좋은 장소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풍수에서의 명당이란 정확히 말해 양택에서는 집 건물이 들어설 자리가 아닌 건물 앞의 넓은 마당, 음택에서도 시신이 누워있는 묘소 앞쪽에 넓
에어포켓(16)서화인의 몸은 남편의 폭력을 기억하고 있었다.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움찔움찔하거나 어떤 때는 아낌없이 밀착되어 내 숨통을 죄여오는 압박감을 주기도 했다. 아마 스스로 터득한 섹스의 자세라고 넘기기에는 미안한 면이 없지 않았다. 틀림없이 불안과 공포가 내재된 몸짓이었다. 혼자만의 만족으로 외면한다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차근차근 대화로 떨쳐내 주고 싶었다. 그전의 상처와 아픔에 의해 움츠려든 섹스의 고정관념을 한 꺼풀이라도 벗겨내 주는 것이 바른길인 것 같았다.“당신의 몸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리코더, 단소, 하모니
. 며칠 전 책 제목에 꽂혀 구입했다. 어제 이 책을 읽다가 오랜만에 여러분과 통화를 했다. 양기(陽氣)를 너무 뿜어낸 탓인지 저녁답에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집사람이 삼겹살을 구워줬다. 다행히 현기증은 금세 사라졌지만 평소보다 피곤기는 더했다.이 책은 출간(2013년) 당시 KT에 22년째 근무 중인 채현수라는 사람이 45세에 쓴 책이다. 10년이 흘렀으니 그도 아마 ‘퇴직자’가 됐을 것이다. 이 책은 마흔을 넘는 대한민국 직장 남성 혹은 가장의 삶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부정적으로 징징대며
‘우수,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 곧 완연한 봄이 찾아온다. 우수가 지나가고 동면하던 개구리가 잠에서 깨는 시기인 경칩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는 따뜻함과 추위가 반복적으로 이어져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크다. 우리는 이 시기를 해빙기라 부른다.해빙기란 사전적 의미로 얼음이 녹아 풀리는 때라는 뜻이고 보통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로 본다. 일교차가 큰 해빙기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히 공사현장이라든지 상수도 시설, 아파트 등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설현장에는 공사 시
탕건봉(宕巾峰)은 고을의 서쪽 10리에 있다. 손후익(孫厚翼)의 시(詩)에 읊기를,“어떤 탕건 쓴 객이 있어단정하고 엄연하게 왕의 마당에 서있네옛 나라에는 왕의 문장 있으니그대에게 기대어 다시 오래 삶을 구하리” 라 하였다. (원문) 宕巾峰 在郡西十里 孫厚翼詩 有何高帽客端儼立王庭 舊國王章在 憑君復壽齡성혈암(聖穴巖)은 고을의 북쪽 40리에 있는데, 기룡산(騎龍山) 바위 속 동굴이 둥글게 휘어져 있어 가히 바람과 비를 피할만하다. 임진왜란 때 선비(사인士人) 이현남(李顯男)이 〔임고서원에 봉안되어 있던〕 성묘의 위판(聖廟位板)을 임시로
산남의진이 창의된 땅 자양은 충효의 정신이 깃든 땅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그리고 산업화의 시대적 질곡을 거치면서 산남의진도, 효자에 대한 이야기도 심지어 이 땅 자양에조차 잊혀졌다. 2024년 1월 29일은 잊혀진 효자 이야기를 다시 공론화하며 보현리에 서 있던 김주헌 효자비(金周憲 孝子碑)를 복원하고 ‘효자 김주헌 공원’을 조성하자며 지역의 어른 서른 여 분이 보현자연수련원에 모여 발기(發起)하였다. ‘자양 효공원’이 충효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으로 잘 조성되리라 기대하면서, 우재룡 선생에 대한 국가보훈부 홈페이
한 관 식작가 에어포켓(3)표현봉 조각가의 작업실은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음악다방과 나란하게 붙어있다. 칠십 평 집세가 부담스러워 분할임대로 나란하게 이웃이 되었다. 방음시설이 구비된 벽으로 차단했다고 하지만 쏠쏠하게 음악소리가 작업실로 새어나왔다. 작업에 거슬린다며, 예민한 표현봉은 처음에 즉각적으로 다방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그를 맞이한 마담을 본 뒤 모든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꼭 한번 조각에 도전하고 싶은 분위기와 몸매와 눈매를 가진 마담을 보고 깎은 배처럼 순해졌다고 했다. 첫날 출근한 내게 이런 이
한 관 식작가 에어포켓(2)갑자기 밖이 소란했다. 뒤척이다가 겨우 잠든 낮잠이어선지 신경질적으로 눈을 떴다. 여자의 비명과 거듭되는 손찌검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방향은 옆집 같았다. 아무리 아웃사이더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게도 정의감은 살아있다고 믿었다. 철썩, 살갗에 닿는 매질소리가 날 때마다 여자의 비명은 울부짖고 있었다. 슬리퍼 한쪽을 신는 둥 마는 둥 옆집 현관문 앞에 섰다. 낮잠을 방해해서 깼을 때는 바위기둥도 쓰러뜨릴 기세였는데 막상 문 앞에서는 오금이 저려왔다. 식은땀이 흐르면서 숨이 막혀왔다. 돌아설까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살아있는 것들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먹고 사는 문제다. 사람도 부모의 보호를 받는 어린애가 아니라면 젊거나 늙음에 상관이 없이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 초고난도 ‘킬러문항’인 저출산의 해법은 양질의 일자리에서 찾아야 한다.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현상유지가 가능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었고, 올해는 더 떨어져 0.73명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곧 0.6명대가 될 거라는 관측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부유하고 선진국일수록 어려움에 놓인 사람에게 사회복지는 필수다. 복지는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질서와 안녕을 유지, 증진하는 핵심요소다. 그렇지만 복지란 아무리 꼼꼼하게 챙긴다 해도 다수의 사람을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더구나 주거나 의료, 교육, 일자리 등 빈곤층의 생계문제를 비롯해 전분야에 걸친 공공복지 부분은 매번 한계에 부닥치기 일쑤다. 정부와 사회가 복지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취약한 계층에 복지를 펴 완전한 만족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완벽한 만족을 이끌지 못하
오는 19일부터 제21회 영천한약축제가 한의마을 일원에서 21일까지 열린다. 모든 지자체가 앞다투어 여는 축제가 그렇지만 봄, 가을에 많이 몰려 있다. 따라서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작은 것 하나까지 소홀함이 없어야 하고, 전 시민적 의지와 열망을 모아 축제를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 특히 축제를 주관하는 관계자들의 역할은 축제의 흐름을 이끄는 핏줄과 같아서 한치의 착오도 없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어떤 축제를 봐도 그 안에는 남의 눈에 크게 띄지 않으면서 축제장 뒤에서 동분서주하며 축제를 묵묵히 성공적으로 이끄는 숨은
한 관 식작가 육교(8)“신상이 공개될 우려 때문에 확인되지 않는 분에게, 함부로 성함이나 전화번호를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직접 오셔서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주십시오.”경찰관 말에 의기소침해져 통화를 끝냈습니다. 아무튼 아내의 정의감 덕분에 루트 바 가운데 차 지붕이 찌그린 채로 다시 일상에 젖어 들어갔습니다. 미경이라는 궁금증도 많이 옅어진 어느 봄날, 초여름처럼 더웠던 퇴근 시간에 시원한 캔 맥주를 떠올렸습니다. 묶음으로 된 캔을 사기위해 집근처 마트에 들렸습니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주차장 벤치에 앉아 졸리기도 했지만 무심하
최병식 편집국장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는 휴대폰을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며 생활의 일부가 된 현대의 새로운 인간형을 말한다. 휴대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니 막강 파워에 포섭된 듯한 느낌이다. 이제 휴대폰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하고 아카이빙하는 자아 대체수단으로 자리 잡았기에 없어서는 안되는 물건이 됐다. 휴대폰의 대중화로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반대로 기다림의 미학을 잃고, 진정한 의사소통의 핵심
양 삼 열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불교문화대학원 교수풍수지리학 박사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송능리 산 53-4번지에 가면 풍양조씨의 시조인 조맹의 묘가 있다. 조맹은 태조왕건의 요청으로 7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전투에 나가 공을 세워 개국공신이 되었으며 이름을 하사 받고 벼슬은 문하시중에 이르렀다. 본관은 풍양으로 후손들은 시조이후 실전된 족보를 정리하며 시조의 세거지였던 풍양을 본거지로 삼았다고 한다. 그들은 안동김씨와 함께 조선 후기 세도 정치의 주역으로 숙종 대에서부터 대사헌과 판서,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 등 많은 관료
최병식 편집국장어딜 가도 주 69시간 이야기다. 그렇지 않아도 비혼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마당에 이게 비혼장려정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과연 주 69시간제는 무엇인가.정부가 최근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자유롭게 쉬는 문화를 만든다며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 52시간까지만 일하게 하는 현재 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핵심은 1주일 단위로 돼 있는 노동시간의 칸막이를 터서 일이 많을 때는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한 뒤 나중에
최병식 편집국장지난주 중앙 언론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것은 정순신 변호사 이야기다. 검사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과거 문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한 소식. 아들이 고등학생때 저지른 학교폭력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2차 가해성 소송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보기에 따라 고위 법률가인 검사 아버지가 지위를 이용해 징계취소 소송에다, 가처분을 이어가며 소송으로 피해 학생을 교묘하게 괴롭히고 농락한 성격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