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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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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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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말

2022년 올 한해 교수들이 한국 사회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이 말을 압도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당연히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 정치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범위를 좁히면 지역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좋지않은 일이 생기면 ‘내 탓’이 아닌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짙다. 특히 정치에는 ‘니 말도 맞다’는 협치가 없다. 아집만 내세우는 것이 지금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지역 정치란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해 지역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당리당략에 따라 대의는 등한시하고 시민은 눈에 뵈지 않는다. 

 

지난 16일 영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7회 제2차 정례회 2023년도 영천시 본예산 처리 과정에서 영천시의원들이 보여준 몇 가지 행태는 자못 실망스럽다. 신성한 의회 본회의장이 의원들 간에 오간 막말과 고성으로 난장판이 돼버렸다. 시정 논의의 장에 소통과 협의는 실종됐다.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의회의 본질과 기능중 중요한 것이 예산안을 심의하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선배 의원들이 이루어 놓은 관례라는 것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서 깡그리 무시하면 안된다. 또 일부 의원들의 지적처럼 상임위와 예결위 안에서 소속 의원들끼리 의결 내지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 다시 수정안을 내는 것은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또 상임위 무용론을 포함 앞선 절차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의회가 집행기관이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함에 있어 삭감과 증액은 고유권한이지만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상임위에서 밤늦게까지 검토한 안을 예결위나 본회의장에 손바닥 뒤집듯 수정 발의하고 깊은 설명과 질의, 토론없이 의결해 버리는 일은 좀 가벼워 보인다. 정치인들이 곧잘 하다가도 한번씩 이런 모습으로 제 버릇 개 못주듯 주민들로 하여금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이것이 과이불개다.

 

상충되는 현안이 있다면 충분한 근거에 기반해 문제를 지적하고 순조롭게 조정해 가며 논의할 문제다. 또한 정책이나 예산을 다루면서도 날카로운 비판과 실현 가능성 및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생략되면 결과는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 주민들은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고 정치는 그 문제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일이라면 예산은 과감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사실을 쉽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쭈그러져 펴지지 않는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다. 잘못을 저지르면 용기

있게 인정하고 대담하게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과이불개의 해법으로 다시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하는 굳은 마음자세와 실천을 꼽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진실은 숨길 수 없다. 어쩌면 오명의 그날 깽판의 시작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당사자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잘못을 알면 고치면 되고, 그것은 실천의 문제다. 알면서 고치지 않으려니 과이불개라는 말이 이슈가 되는 시대다.  

의회는 협의의 자리인 만큼 결과보다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선거 때마다 이 사람을 뽑으면 더 잘 될거라는 기대로 소중한 한 표를 던진 기억이 소환된다. 그런데 완장차고 앉으니 올챙이 시절은 없고 특권을 누리려 한다. 민생은 눈에 뵈지 않고 각자의 이해 추구에만 더 혈안이다. 그게 잘 안되면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원수처럼 음흉한 일합을 겨루려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인들이 다투는 모습은 볼썽사납고 우리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한다. 삼류라는 평가도 후하다 싶다. 해가 바뀌면 조금이라도 변하길 바란다, 실망을 넘어 분노와 혐오를 느끼기 전에. 그래야 우리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오징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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