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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안타까운 문화특화도시 사업을 보며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0.07.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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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굳이 지루하고 소모적인 갈등이 아니라면, 무언가 발전을 위해 끓어오르는 화재거리라면 치열한 논쟁이 필요할 때도 있다. 지금 지역 현실에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른 ‘문화특화도시 사업’을 지켜보면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가당찮음을 넘어 안타까움과 실망스럽기 짝이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문화특화지역(문화도시형) 조성사업'에 우리 지역이 선정된 것이 2018년 3월이니 벌써 2년이 훨씬 지났건만 이 사업은 현재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공회전만 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던 영천시의 약속도 공허한 메아리가 돼버렸다. 문화ㆍ예술 관계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시민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문화도시 영천을 만들라는 주문은 간곳없고 실패를 거듭하더니, 이번엔 구성원끼리 갈등으로 콩가루 집안이 되어있다. 시민들은 묻는다, 영천이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취재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들었지만 많은 의견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이 단체 우두머리인 회장의 사퇴 이야기였다. 굳이 이유를 대라면 본인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독단과 소통부재. 비민주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무차별로 돌아다니는데도 본인만 모르고 있다고 꼬집는다. 차라리 본인은 의지라고 생각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지는 고집의 지근한 말이다. 본인에겐 의지일지 모르지만 남들에겐 고집으로 비칠 수도 있다. 물론 당사자로서도 억울한 부분은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외로운 법이고, 또한 돌팔매를 맞을 각오도 돼 있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공론장에서 서로 다른 욕구가 충돌하고, 서로 다른 신념이 부딪칠 때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풀어내는 것이 단체의 리더가 할 역할이다. 내 권위만 내세우다 구성원의 원성을 싸고 조직이 와해되는 것보다야 모자라고 늦게가도 그게 민주적이고 바른 길이란걸 알게 된다. 그런 과정이 쌓이다보면 그에 대한 신뢰도 쌓이는 법이다. 그런데도 서로간에 논란이 있다고 권위로 뭉개고 고집과 불통으로 이길려면 그게 큰 착각이다. 그 권위의 배경에는 수많은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나이어린 기획자가 절대존엄인 회장 앞에서 따박따박 대드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 모른다. 내심 그를 내쫒음으로 본보기를 삼아 앞으로 감히 항명은 엄두도 내지말라는 경고를 한번쯤 보이고 싶었을까. 절대 그래서는 곤란하다.

어느 곳이든 성과만을 생각하기 이전에 조직의 민주적인 소통과 화합이 먼저라는 사실만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지역의 문화예술계의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모자라는 역량이야 차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채워가면 되는 것이지만 불협화음이 밖으로 새나가는 순간 그것은 조직이 무너지는 신호탄이란걸 알아야 한다.

양쪽이 다 타당한 입장이 있다면 공론의 장에서 치열한 대화를 통한 소통으로 합의점을 찾으면 된다. 억지춘향식으로 찍어누르거나, 논란을 회피하고 묻어둔다고 그것이 사라지거나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지혜를 모아내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이 책임은 최기문 영천시장과 관련 공직자들도 같이 짊어져야 할 부분이다. 문제가 있는데 이를 외면한다면 책임있는 자세도 아닐뿐더러 요새 말하는 적극적 행정에도 반하는 일이다. 부디 한바탕 요동치고 시간 지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지 말고, 논란의 중심 한복판으로 들어가서 해결의 열쇠를 찾아 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최 시장이 그 단체 회장을 만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얽힌 매듭을 풀어내는 계기를 한번 만들기를 기대한다.

이 사업의 당초 목적이 지역 정체성과 특색을 담아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문화도시, 영천' 조성에 있다. 한 사람의 결단과 지혜롭고 현명한 해법이 나와 하루빨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길 기대하며, 시민들의 우려가 한낱 기우였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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