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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瑞午칼럼] 교황 집전 세례성사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16.04.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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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오 최 홍 준 본지 논설고문 방송작가, 중앙초등 7회 졸업전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 협의회장
 

지난 26일 저녁 8시 30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시작된 부활성야(復活聖夜) 미사 중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직접 세례와 견진성사, 성체성사까지 받은 12명 가운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국인 여성의 사진이 보도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과거 예물봉헌이라든지, 보편지향기도에 한국인이 참여한 일이 있었고, 2000년 10월 15일 ‘가정들의 대희년’ 행사에서 한국인 젊은이 커플이 성(聖) 요한 바오로 2세 당시 교황으로부터 혼인성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성인 세례성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교황은 이날 일곱 차례의 구약성경과 사도행전, 복음서 봉독 등 ‘말씀 전례’ 후 강론을 끝내고 그리스도교 입문에 해당하는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를 거행했다. “교회 입문은 그리스도교 생활의 기초들을 놓는 성사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곧 세례성사를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신자들은 견진성사로 굳건하게 되면, 성체성사로 양육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요약편, 251항).

이날 세례를 받은 예비신자들은 모두 12명이었고 그들 가운데 6명이 알바니아, 2명이 한국, 카메룬, 이탈리아, 인디아, 중국인 각각 1명이 교황에게 세례를 받았다. 한국인 두 명은 이탈리아 주재 이용준(스테파노) 한국대사와 그의 부인 김희라(스텔라)씨이다. 이들의 대부, 대모로는 교황청 주재 김경석 대사 부부가 맡았다. 지난 6개월 동안 당시 교황청립 한인신학원장인 김종수 요한 신부로부터 예비자 교육을 받으면서 조용히 세례성사를 준비해온 이들은 교황청과 이탈리아 주재 외교단에서는 매우 좋은 표양이 되었고, 그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됐으며, 기도로써 후원하기도 했다.

교황은 예식을 거행하는 중에 새 영세자들에게 흰옷을 건네주면서 “흰 옷을 받으십시오(Accipite ergo vestem candidam)”하고 말했다. 세례식이 끝나고 나서 곧바로 견진성사가 거행되었다. 견진성사가 끝난 후에 새영세자들 가운데 몇 명이 봉헌 예물을 제단에 들고 올라와 성체성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날 강론에서 교황은 그리스도교 희망은 우리 자신 밖으로 나가 하느님께 마음을 열 때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도 교황 집전 세례와 견진성사 때 대부를 선 경험이 있다. 32년 전 1984년 한국 순교자 103위 복자들에 대한 시성식 주재와 한국천주교회 200주년을 경축하기 위해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한국을 사묵방문했을 때였다. 1980년대 초반이고, 이 당시 우리나라 사회는 광주사태의 후유증 등으로 아픔이 컸던 시기였다. 그래서 이때의 교황방한 행사를 화해와 나눔과 증거의 세 주제를 내걸고 준비, 거행했다. 5월 3일 김포공항에 도착, 입국한 교황은 6일 시성식과 20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4일에는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화해의 날’ 행사로 세례와 견진성사를 집행했으며, 5일에는 대구에서 사제서품식을 주례하며 ‘나눔의 날’ 행사를 마련했다. 6일에는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증거의 날’ 행사로서 시성식을 거행했던 것이다.

행사 대본을 맡아 동분서주했던 나는 준비위원으로서가 아닌 참여자로서 4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세례와 견진성사 때 대부를 서는 영광을 안을 수가 있었다. 당시 광주관구 세 분 주교님들, 즉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와 전주교구장 박정일 주교, 제주교구장 김창열 주교와 함께 일흔 두 예비자들에게 신앙의 첫 성사를 베풀면서, 북녘의 3개 교구를 포함한 17개 교구를 상징하는 열일곱 명에 대해서는 교황님이 직접 물로 세례를 베풀었다. 나는 선배 방송인 대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교황님 앞에 설 수 있었는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뵙고 그 파란 눈동자와 나의 검고 큰 눈이 마주친 일은 그야말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면서도 맑고 깨끗한 그분의 눈에서는 사랑이 가득했고, 오직 나 한 사람만을 바라보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때마다 온전히 사랑한다고 하는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어느 누구와 악수를 할 때 눈길은 다른 사람을 향하기도 했던 지난날을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아무튼 이번 바티칸 교황세례에서 두 한국인 커플과 대부모 커플이 제단에 오를 수 있는 영광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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