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담나누미칼럼]만화책을 읽는 아이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16.02.11 13:4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안 <터닝메카드>에 빠져 살던 아이가 이제 한자 공부에 열을 올립니다. ‘사람 인’이 바위를 깨고 나왔다느니, ‘바람 풍’은 손바닥에서 나온다느니 하면서 여기저기에다 쓰고 다닙니다. 드디어 『마법천자문』의 세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한테 받은 1권을 읽고 또 읽어 외울 지경이 되자 그 다음 권도 구해달라고 우리에게 조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스무 권을 며칠 만에 다 읽고 몇 달 동안 내내 그것만 읽어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이제 더 많은 권수의 만화책에 빠지다니.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만화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저로서는 『마법천자문』 말고도 앞으로 남아 있는 ‘와이 시리즈’며 ‘삼국지 시리즈’ 같은 것들도 생각하면 걱정부터 되었습니다.

지금은 여덟 살이 된 아이를 낳은 후 2주간 머물던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첫날부터 밤새 울어대고 시도 때도 없이 먹는 아이와 사흘 동안 전쟁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선물 받아 놓고 읽지는 않았던 『베이비 위스퍼러』라는 책을 읽고 세 시간의 루틴을 깨우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를 키우면서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는 책을 통해서 해답을 얻은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독서습관을 어떻게 길러줘야 할까?’, ‘책을 고르는 기준을 어떤 것으로 삼아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크라센의 읽기혁명』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나와 꽤 인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어습득이론을 정립하면서 학습과 습득의 관계, 그것이 이루어지는 절차와 환경 등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학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교양서적치고는 내용이 딱딱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분류가 잘 되어 있어 발췌해서 읽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여유 시간에 한 장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만화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에 대한 걱정은 부질없으며 섣부른 것이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화책에서 나오는 글 또한 줄글로 된 일반 책과 마찬가지로 언어적인 측면에서 적합하며 글과 함께 실린 그림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저도 『마법천자문』이며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봤는데 구어체와 대화체로 된 것 이외에는 문장이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전에 읽던 그림책보다는 더 현실적이었습니다. 또한 아이가 경험한 세계가 좁다 보니 사실 줄글로만 된 책으로 아이가 상상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할 것인데 함께 있는 그림으로 힌트를 얻어 이해력이 커지고 무한한 상상이 더 역동적으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화책을 읽는 사람은 최소한 만화책을 읽지 않는 사람만큼이나 그 이상은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또한 종이로 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어서 만화책이 넓고 깊은 독서로 가는 교량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한때 미국에서도, 만화책 때문에 아이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미국 만화가 부흥했던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학생의 대부분이 만화 독자였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화책을 읽는 것과 그 책을 읽은 사람의 행동은 전혀 연관이 없었으며 만화책을 많이 읽는다고 대답한 아이들은 재미를 위해 책을 읽는 시간이 많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결국 어떤 시점에서는 만화책을 주로 보더라도 언제든지 종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크라센의 읽기혁명』을 다 읽은 후에 저는 『마법천자문』을 2권부터 몇 권을 주문했습니다. 택배를 받고는 매직넘버와 공격력 및 방어력 등이 적힌 한자마법카드를 꼭 끌어안은 뒤 고이고이 모셔두는 아이를 보면서 귀엽기도 했지만 크라센의 말이 틀린 건 아닐는지 하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 답은 시간이 지나보면 알게 되겠지요.

저작권자 © 채널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