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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통의 보통글밥] 세븐 대포딜스

심 지 훈 (경북 김천, 1979.7.8~)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3.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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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새 샛노란 수선화가 피었
다. 나는 수선화를 보면 내 첫 시집
<문인송 가는 길> 69쪽에 수록된 ‘사
랑’이 떠오른다. 수선화를 사랑의 매
개로 노래한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의 ‘세븐 대포딜스(Seven
Daffodils)’와 닮았기도 하고 전혀 다
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브라더스 포
의 ‘세븐 대포딜스’는 전형적인 남성
의 구애다. 한편 내가 낳은 ‘사랑’은
여성의 구애다. 달라진 시대 상황을
반영한 여성 주도 사랑을 상징화한
것이 ‘사랑’이다.


빗밑 가벼운 새들 노래하는 황계서
실의 아침,
종만네 형 거름짜리에 뿌리 박고
선 대추나무 군과
우리집 담벼락에 기대서 구애의 손
뻗친 자귀나무 양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간밤부터 여적
부르고 있어요
새색시 같이 고운 자귀나무 양이
분홍 핀 볼그레 꽂고,
무뚝뚝한 김천 총각 대추나무 군
곁으로, 곁으로 심쿵 심쿵 다가갔지
뭐예요
아, 모른 척 양의 손잡은 군, 골목
길 아치모양 그늘은 실은 실은 있잖
아요, 사랑이에요
빗밑 가벼운 새들 노래하는 황계서
실의 이 아침,
콩닥콩닥 사랑이 사랑이 도르르 굴
러 내게 안겨요.
/<문인송 가는 길> ‘사랑’ 전문
브라더스 포의 ‘세븐 대포딜스’는 한
편의 서정시가 노랫말로 바뀐 경우라
해도 손색이 없다. 노랫말이 아주 유
려하다. 음색은 잔잔하고 아름답다. 노
래를 들으면 이른 아침 커피 한잔 들
고 아지랑이 피는 강가에 서 있는 기
분이 든다. 여든 노인의 회고 같다. 미
소가 절로 지어진다. 우리말 가사를
음미하자니 결혼 때가 생각난다.
I may not have mansion,
나에겐 커다란 저택도
I haven’t any land
한평의 땅도 없고
Not even a paper dollar
구겨진 1달러 지폐조차
to crinkle in my hands
내 손엔 없을지 모릅니다
But I can show you morning
하지만 당신에게
on a thousand hills
천개의 언덕 위 아침을 보여주고
And kiss you

키스하며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수선화 일곱송이를 드릴 수는 있답
니다.
I do not have a fortune
당신에게 아름다운 것들을 사줄
to buy you pretty things
많은 돈은 없습니다.
But I can weave you moonbeams
하지만 달빛으로
for necklaces and rings
목걸이와 반지를 엮어드리고
And I can show you morning
천개의 언덕 위 아침을
on a thousand hills
보여주며
And kiss you
키스하고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수선화 일곱송이는 드릴 수 있답니다.
Oh, seven golden daffodils,
아! 일곱송이의 황금빛 수선화가
all shining in the sun
태양 아래 밝게 빛나고
To light our way to evening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돌아가는
when our day is done
우리의 길을 밝혀주지요
And I will give you music
내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and a crust of bread
노래와 빵 부스러기와
And a pillow of piny boughs
당신의 머리를 쉬게 할
to rest your head
소나무 가지로 만든 베개뿐이랍니다.
A pillow of piny boughs
당신의 머리를 쉬게 할
to rest your head
소나무 가지로 만든 베개뿐이에요
*on a thousand hills(천개의 언덕
위): 성경 시편 50편 10절에 나오는
구절. 온 세상의 언덕으로 이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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