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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선거제도

최병식 편집국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3.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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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국회의원 선거 때 투표하던 기억 있으신가요. 투표용지가 길어서 놀랐던 기억 있을 건데요. 얼마 남지않은 선거에서도 아마 긴 투표용지 만날 것 같습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이에서 고민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번 선거도 준연동형으로 치르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병립형이냐 준연동형이냐 어느 것이 좋을까요.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건 아닌데 어렵게 느껴집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우리 지역(지역구)을 위해 일할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의원도 같이 뽑잖아요. 투표용지 2장 중 한 장은 지역구 후보를 찍고, 나머지 한 장은 정당을 찍으면 그걸로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것입니다. 준연동형과 병립형은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각각의 방식입니다.
22대 총선은 선거구 획정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이 기존 47석에서 1석이 줄어든 46석입니다. 준연동형이란 말 그대로 반만 연동형을 적용하는 건데요.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계산식 한번 볼까요. 간단히 말하면 A정당이 10%의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20석을 확보했을 경우, 300석의 10%인 30석에서 지역구 20석을 뺀 10석의 절반인 5석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결론적으로 A정당은 지역구 20석과 비례대표 5석을 더한 25석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됩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47석 중 30석만 준연동형을 적용하는 ‘연동형 캡’이 존재했으나, 이번엔 46석 모두 적용됩니다.
지난 21대 총선때 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잡고 준연동형을 도입했습니다. 준연동형으로 바꾸면 이론적으로는 인지도가 낮아서 지역구에서 후보를 당선시키기 어려운 소수 정당에 유리합니다. 우리나라 국회는 양당, 그러니까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큰 정당 2개가 국회를 꽉 잡고 있는데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제도를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사태가 달랐습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당(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면 의원을 더 많이 당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러자 민주당도 ‘우리도 질 수 없다’라며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제도를 바꾼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 벌어져 위성정당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총선이 끝나자마자 선거제도를 또다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는데요. 위성정당 때문에 소수정당이 가져갈 수 있었던 의원 수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위성정당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예전처럼 병립형으로 하자고 고집해 합의를 못하고 의견 통일을 못했습니다. 
급기야 고민을 거듭하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월 준연동형을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선거 제도를 바꾸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요. 국회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입장을 딱 정해 버리니 이번 총선에도 그렇게 정해진 겁니다. 투표용지의 앞선 순번과 정당보조금을 차지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도 예고돼 있습니다. 
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양당체제 폐단을 막고, 다양성을 확보한다던 목표는 없고 ‘꼼수 위성정당’ 논란만 나옵니다. 4년 동안의 폐혜를 알면서도 돌고 돌아 이제 와서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정치를 보며 씁쓸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유불리 계산이 빠삭한 여당과 야당 모두의 책임이 큽니다.  
이 제도가 산식이 복잡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우며, 위성정당 등의 꼼수로 인해 본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이번 선거에도 각 당들은 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등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공천도 마쳤습니다. 제도가 이러니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거나 ‘지국비국’이라는 신조어도 생기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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