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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에게

대한불교 조계종 보현산 호국 충효사 회주 사회복지법인 충효자비원 이사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3.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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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어느 날 남편이 집을 나간 후, 바라문의 아내는 아기에게 먹을 것을 주고 그릇을 얻으러 이웃집에 가느라 잠깐 집을 비웠습니다. 바라문의 아들은 우유를 마시고 있었는데 우유 냄새를 맡은 독사 한 마리가 집에 침입해서 큰 입을 벌리고 아기를 잡아먹으려 했습니다. 곁에 있던 나구라 벌레가 이를 보고 독사를 죽이고 일곱 조각으로 찢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독사를 죽이고 아이를 살렸다는 것을 알면 부모는 나를 얼마나 칭찬할까? 그리고는 부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바라문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집 앞에서 자기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들이 집으로 막 들어서는 순간 입이 피투성이가 된 나구라 벌레가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그들이 집에 없는 동안에 나구라 벌레가 자기 아기를 잡아먹은줄 알았던 것입니다.
화가난 바라문이 나구라 벌레를 지팡이로 쳐서 죽였습니다. 그런데 집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잡혀 먹은 줄만 알았던 아들이 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 아기의 곁에는 독사가 온몸이 찢겨진 채 죽어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것을 본 바라문은 전후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나구라 벌레를 죽인 자기의 경솔한 행위에 슬퍼하였습니다.
바라문 부부가 땅을 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데 공중에서 이런 게송이 흘러 나왔습니다.
“잘 관찰하고 경솔하게 노하지 말라. 사랑하는 것을 잃고, 좋은 친구를 해치는 것은 바라문과 나구라 벌레와 같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왕따라는 문제가 생겨 사회적으로 많은 충격을 준 일이 있습니다. 아이들끼리 어느 아이 하나를 그 집단에서 소외하고, 심지어 집단폭행의 대상으로 삼는 것입니다. 왜 그 아이를 왕따 시키냐고 하면 그 아이가 멍청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니면 친구들에게 잘 베풀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그냥 그 아이만 보면 재수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말들을 합니다. 그리고는 그 아이를 왕따시키고, 가끔 스트레스가 쌓이면 재수없는 아이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그 아이를 돌아가며 폭행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드라마에서도 아이들이 한 아이를 왕따해 괴롭히고 있던 중 절도사건이 터지자 그 아이가 저지른 일처럼 꾸며 결국 그 아이가 자살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경솔하게 대한 것이 결국은 한 아이의 목숨을 빼앗아 버리는 일이 된 것입니다. 이렇듯 요즘은 왕따로 인해 자살하는 아이가 많아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부모의 책임도 있습니다.
친구를 사귈 때는 좋은 친구를 가려서 사귀도록 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태도도 부모가 가르쳐야 합니다. 경솔한 판단과 행동으로 자신의 자식을 독사로부터 구해준 나구라 벌레를 죽이고 후회하는 바라문처럼 행동한다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위해 마음을 베풀 수도 없으며, 의지하면서 도와가며 살아갈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식들에게도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친구를 위로할 줄 알도록 해야 하고, 오해할 일이 생길 때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할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 좀 다른 면에서도 오해와 경솔한 행동이 일어납니다.
바로 준수한 외모만 보고 그 사람이 참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몇 년 전에 어느 작은 도시에서 10년째 피아노 학원을 하던 원장이 이웃 사람들에게 수억을 빌린 후 도망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원장은 워낙 말재주도 좋았고, 사람들에게 사교적이었으며, 10년이나 한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그에게 돈을 빌려 준 사람은 그를 나쁜 사람으로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작은 구멍가게에서 번 돈을 이잣돈을 넉넉히 주겠다는 꼬임에 빠져 1억씩이나 꿔준 사람이 있는가하면, 남편 몰래 전세금을 뽑아 몇 천만 원을 꿔준 여자도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그들은 평소에 부지런하고 깔끔하게 사는 사람이라 믿고 돈을 꿔줬다는 것입니다. (계속)

이는 바로 겉모습이 그럴듯하다고 믿고 있었던 어리석음에서 빚어진
일입니다.
「불반니항경」에 보면
“겉모습이 그럴듯하다고 다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 뜻이 청정하고 정 직해야 좋은 사람이니 공연히 겉모습만을 꾸미지 말고 또한 겉모습만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지도 말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법을 잘 알기만 하는 사람이 있고, 그 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으며, 아주 열심히 법에 어긋나지 않게 사는 사람이 있고, 법을 잘 아는 것만큼 법을 이용해 나쁜 일을 하 는 사람이 있습니다. 법을 잘 아는 사람, 법을 잘 설명하는 사람이 중요 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신이 결백하게 정직하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법만 잘 알고 그 법을 이용해 나쁜 일을 하는 사람 때문에 사 •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며, 법을 다스리고 있는 사람을 믿지 못
하는 이상한 풍조까지 생기게 된 것입니다.
불자라 하더라도 부처님을 위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 해를 주는 일을 한다면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르치는 일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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