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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에게

대한불교 조계종 보현산 호국 충효사 회주 사회복지법인 충효자비원 이사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2.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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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화려한 자리에서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으로 흥청망청 살다가 추락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이처럼 사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위해 사는 일이라는 것과 그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의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흔히 명예, 권력, 재력이 있는 사람을 힘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인생의 진정한 강자는 하찮은 일이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남보다 가진 것이 좀 부족하다고 의기소침해 하고, 남보다 명예로운 자리에 있지 않다고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과연 나는 얼마나 떳떳한가. 지금의 삶이 비굴한 인생은 아닌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나름대로 참다운 가르침을 받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곧 그러한 자신의 삶이 강자의 삶이라 생각하고, 자식들에게도 참다운 삶의 가치, 참다운 강자의 삶에 대해 가르쳐야 합니다. ‘누구는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누구는 귀한 일을 하는 사람이 다’ 라는 편견이 없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이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비굴하게 사는 사람이냐, 진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냐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해야 합니다. 사회가 비리에 가득 찬 세상이 된 것은 자기의 이익이나 재물, 즐거움 을 위하여 비굴하게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재물을 얻기 위해, 혹은 명 예나 권력을 얻기 위해 삿된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비리의 사슬에 서로가 얽매이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들이 비굴하지 않고 진실하게 살아간다면 혼탁한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대장엄론’ 제8에 있는 예화입니다.
“옛날에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죄인이 있어 사형이 언도되었습니다. 그 죄인의 목을 산다라 족의 한 사람이 베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형수의 목을 베기로 되어 있는 산드라 족 사람이 왕의 명령을 거역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죄인의 목을 베라고 명령을 받은 사람은 비록 미천한 신분의 출신이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였기 때문에 따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청년이 자신의 임무를 거절하자 교도소 지기는 매우 화가 났습니다.
“너는 너의 믿음 때문에 왕명을 거역하려는 거냐?”
그러나 그 청년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의 목을 자르는 일은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을 것이오. 비록 임금의 명령이라는 것은 알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몸으로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소” 교도소 지기는 산드라 족 청년이 끝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려고 하자 이를 임금에게 알렸습니다. 왕은 그 청년을 불러 자신의 맡은 바 일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왕명까지 거역하는 이유를 문책했습니다. 그러나 그 청년은 다시 당당히 말했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무리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함부로 목숨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죄인이 아무리 극악무도한 사람일지라도 어떻게 살아있는 목숨을 빼앗을 수 있겠습니까?”
왕은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에 몹시 화가 났습니다.
“네가 그렇게 고집을 부리면 급기야는 네 목숨이 위태하다는 것을 아느냐?”
하지만 이러한 협박도 그 청년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습니다.
왕은 화가 치밀어 그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청년의 형제들을 불러 역시 죄인의 목을 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형제들도 모두 왕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왕은 노발대발하여 차례대로 형제들을 죽였습니다. 다섯 형제가 왕에게 죽임을 당하고 마침내 두 사람의 형제만 남았는데 여섯째 아우도 왕의 명령에 따르지 않아 위의 형들처럼 죽임을 당하고, 이제 일곱 형제의 막내만 남았습니다.
왕은 일곱 번째의 막내에게도 역시 같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계속)
그러나 그도 역시 왕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왕은 더욱 화가 치밀어 그도 역시 끌고나가 죽여버리라고 했습니다. 이때, 이 일곱 형제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왕을 찾아왔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아들만은 살려주십시오. 단 하나 남은 제 막내아들입니다. 제발 이 막내의 목숨만을 살려주십시오.”
그러자 왕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섯 형제가 차례로 죽을 때에는 가만있던 노파가 어찌하여 막내아들만은 기를 쓰고 살리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죽은 여섯 형제도 모두 너의 아들일터인데 어찌하여 가만히 있 다가 이제 와서 막내만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냐?”
노파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이시여, 먼저 목숨을 잃은 아들들은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을 착실 하게 따르는 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살아있으면서 나쁜 짓을 저지른 적이 없어 언제 죽더라도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막내아들만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믿음이 깊지 않습니다. 만약 생명에 위태로움을 느끼면 형들과는 다르게 나쁜 마음, 비굴한 마음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간절하게 구명해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범부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 목숨에 애착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 아들만은 살려주십시오.”
‘왕은 노파의 당당하고도 굳은 의지에 찬 말을 듣고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비록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사람이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티 한 점 없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컸던 것입니다. 이에 왕은 참된 가르침을 받아 살아온 청년들을 무고하게 죽인 죄를 참회하고 무덤을 만들어 장사를 지낸 후 공양을 바쳤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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