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심보통의 보통글밥] 마흔을 넘는 지혜(2)

심 지 훈 (경북 김천, 1979.7.8~)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2.28 16:2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제 오랜만에 한 통화해서 1년 반 전 사정을 이야기해 줘 알았다. 영민씨는 그 사이 그 인생에서 엄청난 파고를 하나 넘었다. 아니, 아직도 넘고 있는 중이었다. 그동안 우리의 주 대화는 주로 A 씨의 소식이고, A씨와 추억이었지만 어제는 영민씨의 생활사였다. 
<마흔다섯, 꼭 한번은 선택의 순간이 온다>에는 영민씨의 사연이, A씨의 사연이 아주 다양한 색으로 그려져 있다. 물론 그 사례 속엔 나도 있다.
마흔을 넘는 지혜가 우리 40대 모두에게는 공히 똑같이 필요한데, 우리 대다수에게는 그런 지혜가 딱 필요할 때는 없다. 시간이 지나 인생의 폭우도, 태풍도, 회오리도, 쓰나미도 지나간 뒤에야 ‘지금 생각해보면’하고 가로늦게 지혜가 서는 것이다. 
나는 집사람에게 최근 ‘권지혜’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자기는 지혜가 부족해. 이름을 권지혜로 바꿔보는 게 어때?” “응. 나 그럼 권지혜라고 불러줘.” 농반진반이 담긴 별칭이지만 집사람도 영 놀림으로만 받지 않는 게 ‘용타(용하다)’고 생각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 읽어보니 100쪽을 넘기면서 읽을만하다 싶다. 독서력이 만만치 않은 저자가 엮어다가 피곤한 이야기 사이사이 놓아둔 인용구는 밑줄 치고 가슴에 새겨볼 만하다.
106쪽_ 인디언들도 말을 내달리다가 어느 정도 거리를 달리면 잠시 멈춰 선다고 한다.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까 하여 기다려주는 거라고 한다. 말을 달릴 때도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데 미친 듯이 인생을 질주해온 마흔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102쪽_ “여러분의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자 그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의 소리가 여러분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소리를 억누르지 못하게 하라.”(스티브 잡스)
96쪽_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런데 우리는 닫힌 문을 바라보느라고 새로 열린 문을 보지 못하곤 한다.”(헬렌 켈러)
83쪽_ “유인원들은 융자를 받아 집을 사거나 직장에 갈 필요가 없고 결혼을 하지 않는데도 사람들과 똑같은 감정 곡선을 그린다. 중년의 우울이 현대사회에서 비롯되는 괴로움 때문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내려온 특질임을 보여주는 증거다.”(영국 워릭 대학교 앤드류 오스왈드 교수)
73쪽_ “지금까지 철저하게 회사 중심으로 살아온 인생의 허무함을 깨달았다면, 회사나 지위같이 자기 밖에 존재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앞으로 계속 자신의 마음을 채워놓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않을까? 물질은 없어도 된다. 회사에 의지하는 것이 마음을 채워놓지도 않는다. 결국 행복하게 사는 것은, 충실하게 산다는 것은 자기 마음의 문제다.”(일본 작가 나가노 고지-자신을 위해 살겠다며 70세 정년의 교수직을 55세에 사직한 사람)
63쪽_ “40세가 되면 오장육부와 십이경맥이 모두 왕성하다가 정지하고, 피부가 무르고, 얼굴의 빛이 없어지며, 수염과 머리털이 희기 시작하고, 기혈은 보통 정도로 왕성하면서 변동하지 않기 때문에 앉기를 좋아한다. 또 40세까지는 어머니 젖힘으로 살다가 마흔부터는 스스로 제 몸을 추슬러야 한다.”<동의보감> 
48쪽_ “이미 7년마다 지식의 양은 두 배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2030년이면 72일마다 지식의 양이 두 배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 
34쪽_ “나이가 들수록 사물을 너무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너무 무겁게 살아왔다. 나이 든다는 건 무거운 짐을 가볍게 내려놓은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현명하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적당함’을 하는 것이다. 목욕을 하기 위해 욕조에 물을 받을 때를 생각해 보라.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찾아야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 인생의 적당한 온도를 찾아가는 것이다.”(<카사블랑카> 주연 험프리 보가트)
33쪽_ “사십대는 정지하는 듯 신비스러운 시기다. 상쾌한 바람이 부는 드넓은 고원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로 시선을 던진다. 이것이 인생의 가을이다.”(프리드리히 니체)
영민씨로부터 시작된 통화는 경북 의성 한옥촌 ‘태양마을’ 촌장 김동윤 선배님, 이제 늙었다는 게 느껴진다는 대구의 선진 스님, 재작년에 경향신문을 퇴직한 김경은 선배님, 경북대 대학원 시절 의형제를 맺은- 서울 사람 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혁장 형으로 이어졌다. 영남일보 그만두고 의형제 맺은 박천수 형님은 통화가 서로 어긋났다.
오늘 아침엔 매일신문에서 조기퇴직하고 경북 안동에서 제2인생을 일구고 있는 서명수 선배님께 안부전화를 넣었다. 최근 폐렴으로 쓰러져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완쾌까지 2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마흔이 되면 비로소 인생이 보인다고 하고, 계급장 떼고야 인생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나도 비로소 그럭저럭 뭔가 보이긴 보이고, 계급장 떼야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는 말도 능히 이해가 된다. 
[글밥] 독자 모두 평안하시길, 그전에 야무진 지혜를 체득하시길, 빈다.
/심보통 2024.1.17.

저작권자 © 채널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