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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비자의 경고, 리더가 경계해야 할 팔간

최병식 편집국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1.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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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요. 학창시절 배운 성선설과 성악설 중 어느 것이 맞는걸까요. 철학자들의 오랜 연구에도 아직 정답이 없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인간의 악은 참으로 한결같습니다. 악은 없었던 적도 없었고 약했던 적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한결같이 사악했지요. 
그중 소위 ‘가진 자’들의 악은 대놓고 당당했으며 더없이 끈질겼어요. 이런 인간의 악함을 기본으로 보고 그 위에서 사회를 ‘좋게’ 운영해갈 길을 찾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대 중국의 한비자입니다. 올해 영천시의 화두인 ‘비룡승운’이란 말도 한비자의 ‘난세’편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중국 법가의 학맥을 잇는 한비자는 본디 수재로서 지모가 출중했답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말더듬이여서 말로 출세하는 것은 포기하고 저술에 몰두했어요. 진시황이 그의 책을 읽고 초빙했으나 그의 재주를 시샘한 이사의 모함에 빠져 투옥됐다가 옥중에서 자살했습니다.
한비자가 저술한 글에 ‘팔간’편이 있습니다. 팔간이란 최고 권력자를 무너뜨리는 주변의 여덟가지 위험을 말하는데 신하들이 흔히 군주에게 저지르는 간사한 짓들을 분류했어요. 2천년 전 통찰인데도 섬뜩하고 놀랍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질있고 믿을만한 사람을 뽑아 쓰라는 말인데요, 인사가 만사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첫째 동상(同床), 둘째 재방(在旁), 셋째 부형(父兄), 넷째 양앙(養殃), 다섯째는 민맹(民萌), 여섯째 유행(流行), 일곱째 위강(威强), 마지막이 사방(四方)인데요, 관심 있으면 뜻은 각자 찾아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크든 작든 조직에 속한 최고경영자라면 이 팔간에서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팔간에 휘둘린 경영자는 눈과 귀가 가려지고 구설수에 시달리게 되며, 때로는 협박을 받기도 하지요. 그러면 자신의 권세와 지위의 근간이 흔들리고 결국 자멸하게 되는 경우마저 생깁니다. 
한비자는 팔간을 통해 무슨 금언을 전하려 했을까요. 생각건대 유능한 리더라면 부하의 이러한 간악함을 미리 파악해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일 것입니다. 팔간은 고대 군주제 시절에나 통했던 경구가 아닙니다. 
처음에 말했듯 인간의 악은 참으로 당당하고 끈질긴지라 2300여년이란 시간을 관통한 지금에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으니 말이죠. 동서고금을 막론해 어떤 사람을 쓰는가는 리더의 성공과 실패와 연결됩니다. 인재는 인재를 찾고, 개는 개만 찾듯 그 리더에 그 부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유능한 인재를 골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여 일하게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처럼 골라 앉힌 인재가 역할을 다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뿌듯하겠지요. 그러나 자리에 골라 앉힌다는 일이 양날의 검일 수도 있습니다. 
팔간이 있을 수가 있어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위에 나열한 한가지 이상의 간계를 꾸밀 수 있다는 말이지요. 자리가 사람을 무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열정을 보이던 친구가 학력이나 역량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보이며 의욕을 잃고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일도 있으니까요. 
어쨋던 나라나 지역을 이끈다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명심하고 뿌리쳐야 할 경구가 팔간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권력 주변의 이른바 측근 비리를 국내외를 통틀어 무수히 봐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귀는 엷으며, 눈마저 한치 앞 너머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순간에도 측근들로 인해 무너지는 사례가 비일비재에다 앞으로도 장담하기가 어렵습니다.
올해 4월에는 선거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뽑을 정치인이라면 속임수로 자신의 과오를 가리고, 감언이설로 이뤄질 수 없는 공약을 꾸미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느냐에 따라 지역이 후퇴냐, 제자리냐, 앞으로 나아가느냐로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선택은 주권자의 몫입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함과 동시에 그게 바로 우리의 수준임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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