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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에게

대한불교 조계종 보현산 호국 충효사 회주 사회복지법인 충효자비원 이사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1.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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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그리고 나서 환자를 햇볕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나와 목욕을 시키셨습니다.
목욕으로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 그를 침상에 다시 누이시고 제자들 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의 마음이 몸을 떠나게 되면 너희 육신은 아무 쓸 모없는 나무토막처럼 흙바닥에 뒹굴게 되리라” 하시며 앞에 소개했던 ‘법구경’게송을 읊으셨습니다.
부처님의 법문을 들으며 마음이 편안해진 띳사는 그 자리에서 아라한 과를 얻었고 곧 반열반에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장례를 직접 주재하신 뒤 사리를 수습하여 안치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그런데 비구 들은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띳사 비구가 이처럼 반열반에 들어 다시는 윤회하지 않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음에도 왜 그런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띳사의 전생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과거 부처님인 가섭불이 세상에 계셨을 때 띳사는 새덫으로 새를 잡 아 왕실에 바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새를 모두 왕실에 바치지 않고 일부를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챙기고, 새를 많이 잡았을 때에는 새의 날개와 다리를 부러뜨려 도망가지 못하게 한 뒤 조금씩 내다 팔곤 했다. 그리고 일부는 직접 잡아먹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라한인 비구가 탁발을 왔다. 오랜 수행으로 덕이 높으신 아라한을 보자 그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그는 나는 그동안 많은 생명을 죽였고 또 그것들을 먹어왔다. 그런데 지금 성자께서 내 앞에 와 계신다. 그리고 내겐 많은 음식이 있으니 이 음식을 저분께 공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곧 음식을 아라한 비구에게 공양한 후 흙바닥에 엎드려 세 번 절을 올리고 합장한 채로 말했다.
‘장로시여, 제가 오늘 장로님께 올린 공양 공덕으로 저 또한 장로께서 성취하신 것과 같은 위없는 진리를 성취할 수 있도록 발원합니다.’ 이에 아라한 비구는 그의 공양을 받으며 공덕을 찬탄해 주고 ‘그와 같이 될지어다.’ 하고 수기를 주었다.
그는 그와 같은 발원과 공양의 공덕으로 금생에 아라한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미 저지른 악행은 질병이 되어 그를 괴롭힌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누구도 간호할 엄두를 못내는 냄새나고 더러운 환자를 손수 씻겨주시며 간호해 주신 부처님의 자비행입니다. 둘째는 인과의 법칙입니다.
피고름에 절은 옷을 직접 빨아 너르시고 죽어가는 중생을 위해 설법을 하시는 부처님의 자비하심이 가슴에 와 닿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는 이처럼 중생이 고통받는 현장으로 직접 가시어 몸소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시는 일을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자비의 실체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외면하려고만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렇게 고통스럽게 살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러나 정도의 깊이만 다를뿐 저마다 고통을 안고 살아 갑니다. 내가 고통에 빠져 있을 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외면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아마 더 큰 고통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내 고통을 남이 알아주고, 덜어주기를 희망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남의 고통을 알아주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부처님 앞에서 통곡하며 고통을 호소할 때의 그 슬픔처럼,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고통 때문에 통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관세음보살님과 지장보살님이 두루 고통을 덜어주시고, 가피를 내려주시듯이 불자들은 다른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사람, 그리하여 다른 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께 올리는 기도만큼 복을 받을 수 있는 기도이자 공덕인 것입니다. 지금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복밭이 많이 있습니다. 외로운 사람, 굶주리고 있는 사람, 거동이 불편한 사람, 말을 아무렇게 하는 사람, 이기적 인 사람 등등이 다 내가 갈아야 할 복밭인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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