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데스크 칼럼] 이런 권유와 기탁, 그리고 그리움

최병식 편집국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1.10 16:2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룡의 해 벽두부터 지역에 훈훈한 소식들이 이어져 그저 흐뭇합니다. 지난 3일 부산의 정암장학회에서 영천시장학회에 새해 처음으로 1억 원의 장학금을 기탁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정암장학회는 어떤 곳일까요. 이 장학회 홈페이지에 보면 ‘꿈과 희망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희망이 되고자’ 한다는 글과 ‘우수한 인재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세상을 밝히는 희망이 되어’준다는 글이 있습니다. 또 ‘노력하는 젊은 학생들에게 작은 힘을 보태 그들이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성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꾸준한 관심으로 장학회를 지켜봐’달라는 당부의 말도 있고요. 이 장학회는 매년 1·2학기로 나눠 주로 부산지역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도 통큰 기부를 하는 단체입니다. 
이 장학재단의 현 회장은 정연택 어르신입니다. 정 회장은 부산에서 디씨엠㈜라는 철강회사를 경영하는 분이고요. 공장은 경남 양산에 있으며 가전과 건축자재용 소재 등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2021년도에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금탑산업훈장 수훈 등 부산지역의 대표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 회장은 고 정암 정진태 회장(디씨엠㈜ 전 회장)의 아들입니다. 고 정진태 회장은 1924년 우리지역 도림동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유년기에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소학교를 졸업했고, ‘살길은 기술 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기술을 배우기 위해 홀로 동경으로 진출해 동경 메이지 고등학교에서 수학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방되자 귀국한 그는 부산에 자리를 잡고 방직회사에 관리자로 근무했으며, 1965년에 독립해 섬유회사를 경영하게 됩니다. 하지만 섬유산업이 사양의 길로 접어들자 곧바로 철강회사로 갈아탔는데 그 회사가 지금의 디씨엠(주)입니다. 고인은 2000년 4월에 타계하셨습니다. 고 정진태 회장의 부인, 즉 정연택 어르신의 어머니도 임고 평천리가 친정이라고 합니다.
정 회장은 고인이 되신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2000년 7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부친의 호를 딴 정암장학재단을 설립합니다. 이후 철강회사답게 이공계 대학생, 공고생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의 철강관련 기술도서의 번역과 출간을 통해 학술 진흥을 하고자 도서 출판사업과 기념 강연회도 열고 있고요. 아울러 학습 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정연택 회장의 높은 뜻에 갈채를 보내며 선의가 더 빛나게 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입니다.
이런 장학회를 찾아내고 거금을 기탁받기 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맨처음 영천고 총동창회원들끼리의 대화에서 일이 시작됩니다. 디씨엠에는 이 학교 출신 중간관리자가 근무중인데, 그 분이 대표인 정 회장께 장학금 기탁을 건의합니다. 몹시도 그리운 부모님 고향에 장학금 기탁 권유를 들은 정 회장도 흔쾌히 승낙했고, 장학재단 이사회를 통해 기탁을 의결해 갑진년 1호 기탁자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지난 한해동안 통큰 기부를 이끌어낸 영천시의회 양만열 사무국장, 인구교육과 방기경 과장을 비롯한 영천고 출신 동문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은 분명 지역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이런 인재들을 절차탁마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옥석을 가려 지원하는 줄탁동시는 우리의 몫이기도 합니다.  
직접 교감이 없어 더 자세한 내막을 알 길이 없지만 이번 장학금의 의미는 부모님과 고향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고향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담긴 것이라 평가해 봅니다.
정 회장은 외가 동네이자 어머님이 다니시던 임고초등학교에도 10년간 1년에 1200만원씩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작권자 © 채널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