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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에게

대한불교 조계종 보현산 호국 충효사 회주 사회복지법인 충효자비원 이사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4.01.10 15:58
  • 수정 2024.01.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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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판하게 된 법문집은 지난 1년간 법상에서 설법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간추린 것입니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는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뜨거운 구도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밭을 가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설법의 내용을 분류하여 편집해 보았습니다. 구도의 길에서 행복의 밭을 가는 모든 분들께 감로의 법비가 내려지고 불은(佛恩)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하오며, 법문을 엽니다.
보현사 도량에서 석해공 합장

 

(지난호에 이어)

봉사하는 불자
정월에는 신중기도, 방생기도, 지장기도를 많이 합니다. 알게 모르게 사고로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이 많아진 시대이므로 정성껏 신중기도를 할 필요가 있고, 몸과 마음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는 돌 아가신 조상님이나 유주무주에 떠도는 고혼들을 천도해주는 지장기도가 필요하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물 흘러가듯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방생기도가 필요합니다.
신중기도나 방생기도, 지장기도를 올리는 불자님들의 마음은 오로지 자비로 가득해야 합니다. 소원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기도를 하더라 도 마음에는 ‘자비’로 차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비는 소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진실한가. 그리고 소원을 비는 사
람의 마음이 얼마나 자비스러운가에 따라 소원성취가 달라집니다.
「법구경」제3장에 보면, “오래지 않아 이 몸은 흙바닥에 버려지고 마음 또한 어디론지 사라져버리리 그때 덧없는 이 몸은 실로 썩은 나무토막보다도 소용없으리.” 라는 게송이 있습니다.
나만 잘 살기 위해서 신중기도를 하거나, 방생기도, 지장기도를 하기 보다는, 내 몸을 하나 바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그렇게 생활하는 것이 더 부처님 뜻에 맞는 삶이라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새 학기를 맞아서 학교를 갔습니다. 부모들은 그 아이들의 씩씩한 발걸음을 보면서 많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 녀석들이 공부 잘해서 부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하는 것이 보통의 부모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자식에게 바라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무엇이 훌륭한 사람입니까?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이 좋은 직장을 얻어 돈을 잘 벌고, 부모를 잘 모시는 자식이 되기를 바랄 것이고, 또한 그런 자식이 훌륭한 자식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도록,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는 자식이 되도록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내 자식이기를 기도하십시오. 그것이 부처님 뜻에 맞는 자식이요, 진실한 기도입니다.
불자들은 천주교나 기독교인들에 비해 봉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을 듣습니다. 물론 이것은 잘못된 소문입니다. 겉으로 드러내는 봉사는 많이 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게 자비심을 베풀고 사는 불자들이 사실 많습니다.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자비를 베풀고 있는 그 자체가 진실한 기도요, 자비행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던 때 사위성의 ‘띳사’라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심이 나서 출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수행을 하는 가운데 몸에 부스럼이 생기더니 점점 몸 전체로 번져 온몸이 썩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피고름이 터져서 몸에 가사가 달라붙어 고약한 냄새가 나자 사람들은 그를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점점 더 병이 심해져서 뼈 마디마디가 풀려 움직이기조차 어렵게 되었고, 피고름이 나는 몸을 뒹굴려 대소변을 봐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띳사를 곁에서 돌봐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불쾌감을 주는 띳사를 격리하여 놓느라고 했 간에 버렸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른 아침에 신통력으로 시방세계를 두루 살피시다가 헛간에 버려져 신음하는 띳사를 발견하셨습니다. 거기다가 띳사는 비록 비참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수행과 공덕을 쌓았기에 곧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아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물그릇을 준비하신 뒤 물을 데워 환자가 있는 헛간으로 가셨습니다. 주변에 있던 많은 비구들이 달려와 “부처님, 저희가치료하겠습니다.” 하였으나 부처님께서는 직접 환자의 몸에 물을 뿌리시 고 환자의 몸에 달라붙은 피고름에 젖은 가사를 떼어내어 벗기신 뒤 그 가사를 손수 빨아서 햇볕에 너르셨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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