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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망년의 회한 버리고 새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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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7 17:58
  • 수정 2023.12.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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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세밑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에는 연초에 품었던 계획과 포부는 연기처럼 날아가고 늘 아쉬움만이 유령처럼 주위를 배회할 것이다. 며칠이 채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속절없이 가는 해의 끝자락에서 망년의 분주함만이 연례행사처럼 곁을 맴돌고 있다. 

모두가 비슷하다. 크리스마스때부터 망년을 전하는 SNS나 연하장의 서두처럼 분주하고 다사다난하지 않은 한해는 결코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세밑이라는 인위적인 공간이 존재하는 한 늘 그럴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도, 앞으로도 속절없고, 우울하지 않은 세밑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저물어 가는 세밑, 째각째각 다가오는 새해를 기원하는 인사들이 휴대폰에 쌓이고, 한 해를 마무리 잘 하자는 문자 메시지도 넘쳐난다. 이곳 저곳에서 하루가 멀다고 이어지는 송년, 아니 망년의 밤. 못내 아쉬움만 쌓인 한해를 스스로 다독이고 위로하고 어루만지면서 힘들었던 한 해의 일을 연신 씻어내 보지만 망년이 잘되지 않는 건 모두의 경험일 것이다. 애당초 망년이란 부질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또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망년이다.   

언제부터인가 ‘망년회’라는 말 대신 ‘송년회’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송년이라는 말에는 왠지 한해를 보내는 회한이 덜 묻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망년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은 올 한해의 이런저런 추억이지만 지우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다. 지우고 지우려 해도 잘 지워지지도 않겠지만.

한해의 끝자락, 이맘때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는 푸념이 있다. 그래서 우리도 늘 어김없이 되뇐다. “경북동부신문이 무슨 영천을 구하고,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자책을 한다. 우리 신문이 무슨 얼어 죽을 영천의 ‘사관(史官)’이라고 이 길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괴감도 엄습한다. 하지만 한번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해 아무리 후회해 본들 흘러간 세월은 파괴된 유적처럼 복원할 수 없기에, 2023년도 우리 신문의 끝자락은 언제나처럼 망년보다는 자기연민이 제격이다.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해를 거듭할수록 가슴에 확 와닿는 이맘때쯤이다. 세월은 쏜살같아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른다. 그 누구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세월에는 장사도 없음이 만고의 진리다.

한 해가 지고 있다. 돌아보면 별것도 아닌 일로 멀어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잘못이 자신에게 있던, 오해이든 한 해를 마감하는 순간 화해와 용서를 나누는 일도 큰 의미가 있다. 잊고 싶은 일도 많지만, 새해에는 좋은 일이 더 많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저물어 가는 한 해를 되돌아보면 어떨까. 

흘러가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불변의 무게만큼 우리가 기대하는 내일 또한 결코 지나간 어제와 떨어질 수 없음도 진리다. 새해의 꿈과 희망은 세밑의 진정한 화해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을까. 2023년 끝자락, 모두 망년보다 용서하기로 하자.  

지난날을 잊어버리자는 ‘망년’도 좋고, 가는 해 보내자는 ‘송년’도 좋지만 기억할 것은 분명히 기억하고 화해도 하며 새로운 꿈을 계획하는 세밑이라면 더 좋겠다. 어쩔 수 없이 허허로워지는 한 해의 저물녘에는 지나간 날에 대한 후회나 자책보다는 다독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슬픔은 빼고 기쁨은 더하고 사랑은 곱하고 행복은 나누는 것이 송년회의 참 의미라고 생각하고 싶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일부러라도 이렇게 행동하면 그 인생이나 사회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우리 신문의 직간접적 보도로 인해서 상처 입은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감시와 견제, 알권리 충족”이라는 신문의 메커니즘 상 ‘본의는 아니었다”는 말로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망년하시고 새해 큰 희망을 안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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