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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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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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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감 해공

대한불교 조계종 보현산 호국 충효사 회주

사회복지법인 충효자비원 이사장 

이번에 출판하게 된 법문집은 지난 1년간 법상에서 설법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간추린 것입니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는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뜨거운 구도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밭을 가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설법의 내용을 분류하여 편집해 보았습니다. 구도의 길에서 행복의 밭을 가는 모든 분들께 감로의 법비가 내려지고 불은(佛恩)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하오며, 법문을 엽니다.

보현사 도량에서 석해공 합장 

 

 (지난호에 이어)

 

이제 일본문화도 대중문화 속에 파고들 것이고,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옵니다. 함께 잘 어우러져 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우리가 주체성 없이 다른 민족의 민족성만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여러 민족과 어울리고 내 아이들이 세계인들 속에서도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자신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자 가족부터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지금보다 더 살기가 어려웠던 시대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현상입니다. 아직 살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 시대에 가족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아이엠에프(IMF) 관리체제가 되자마자 1개월도 안 되서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취업이 안 되어 곧바로 거리에 나앉게 되었습니다.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노숙자가 된 것입니다. 이들을 돈을 벌어오지 못한다고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아이들이 아버지를 버린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가족들에게 떳떳하지 못하니까 가장이 아내와 아이들 곁을 스스로 떠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는 것이 가족인가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받는 충격을 완충해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하고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더더욱 빈곤층과 실직자들의 어려움이 극심하고 그로인해 사회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라는 애정집단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위기에 놓일수록 가족들이 서로 힘과 용기를 주는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가장이 돈을 벌어오면 가족관계가 유지되고, 그렇지 못하면 파괴되는 것이 가족이라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유지될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어려울 때 조금씩 더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노력하는 성실성이 바로 지금 시대에 필요한 가치관이자 주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발휘해 온 민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우리 조상들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려움에 부딪칠 때 ‘이제 끝장이다’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버리고,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 중의 하나라는 생각으로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그렇게 신념과 용기를 잃지 않고 노력할 때 우리 자손들도 험난한 인생을 잘 헤쳐나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밧티의 제타숲 급고독원에 계실 때였습니다. 그때 코살라국의 파세파디 왕이 부처님께 찾아왔습니다.

“부처님이시여, 혼자 조용히 앉아있을 때, 이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부처님에 의해서 좋은 법이 설해지고 있다. 그것은 착한 벗·착한 동료들을 갖는다는 것이며, 나쁜 벗·나쁜 친구를 갖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어떠합니까?”

“대왕이시여, 진정 그와 같습니다. 대왕이시여, 나에 의해서 법은 잘 설해졌습니다. 그것은 착한 벗·착한 동료들을 갖는 것이며, 나쁜 벗. 나쁜 친구들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은 이와 같이 배워야 합니다. 나는 착한 벗과 착한 동료들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항상 그와 같이 배워야 합니다.”

그러면 대왕이시여, 착한 벗과 착한 동료들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의 법에 의해 살고 그 법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착한 일을 하는데 방일하지 않는 것이 그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방일하지 않고 힘껏 노력한다면 왕의 후궁들도 또한 이와 같이 생각하겠지요. 왕은 무척 노력하고 계신다. 우리들도 또한 방일하지 말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대왕이시여, 왕이 방일하지 않고 힘껏 노력한다면 왕의 시신(臣)이나 무사들도 또한 그와 같이 생각하겠지요. ‘왕은 무척 노력하고 계신다. 우리들도 또한 방일하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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