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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통의 보통글밥 ] 책 박스를 기다리며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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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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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지 훈

(경북 김천, 1979.7.8~) 

친일적 행태가 워낙 분명하여 친일세력을 옹호하였던 미군정 아래에서도 진단학회에서 제명운동 대상이 되었던 이병도였지만 1954년 서울 환도 후 이병도가 진단학회 이사장을 맡게 되면서 친일학자 제명 문제는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이병도・신석호는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사학과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국사교과서를 만드는 국사편찬위원회를 장악하여 조선사편수회 역사관과 연구 성과를 전승, 강단사학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1950년 6.25 이후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 계열 학인들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이병도 사학은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였고, 한사군 낙랑군 위치에 대한 그의 학설은 오늘까지도 주류 강단사학에서는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선총독부에서 완성된 식민사학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주류 강단사학에서도 정체성론・당파성론 등을 극복하고자 광복 이후 많은 노력을 하였다. 이기백이 반도적 성격론・당파성론・정체성론 등을 처음 본격적으로 비판하였다. 학계에서는 정체성론은 자본주의 맹아론·내재적 발전론으로, 당파성론은 붕당정치론으로 극복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타율성론의 한 축을 이루는 단군 및 단군조선 부정론과 낙랑군 재평양설은 극복되지 못하였고 그 골간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러한 면에서는 북한학계의 적극적인 노력과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 <주류 강단사학의 성립과 식민사학의 계승> 소대봉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의 칼럼 중 

<우리 上古史> 15쪽에는 조선총독부의 식민 통치정책 단계를 명시하고 있다.

1단계 : 역사 정복(식민사관 날조)

2단계 : 종교 정복(모든 종교탄압, 신사참배 강요)

3단계 : 우리말과 글 정복(日語사용 강요)

4단계 : 정통성 정복(창씨개명 강요 등)

일본의 식민통치 정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단계가 더 있었다. 패망 직전인 1945년 6월의 일제 전략이 내가 쓴 <산남의진뎐>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일제가 패망 직전에 한 일이 뭔지 아나. 죽기 살기로 조선을 두 동강 내는 것이었어. 1945년 6월이면 자연 구한말 상황이 연상되었지. 단 망국의 당사자가 조선에서 일제로 바뀌었지. 일제는 패망을, 조선은 해방을 두 달 남겨 놓고 전황은 일제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었어. 일제 상측부는 이미 패망을 예상하였지. 그 무렵의 상황은 하도 난맥상이어서 일본 본국의 소식이 조선 총독부에 곧이곧대로 즉시 하달되지 않았어. 대충의 낌새를 채고 조선 총독부와 일본 헌병대 수뇌부가 합동회의를 하였지. 그들은 말하였어.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조선인을 둘로 갈라놓아야 한다. 결단코 조선놈들이 단합된 힘을 발휘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우리 일본 내지인들이 피해를 입는다.”” 

<산남의진뎐> 187~188쪽

과연 제국주의가, 식민주의가 끝났을까? 내 눈에는 그렇지 않다.

나는 또 다른 내 저서 <우리 동학>에서 이렇게 썼다.

“최근 일본의 대표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이 한국을 방문해서 무서운 말을 뱉고 갔다. 가라타니는 “18세기 말, 19세기 말과 오늘날의 공통점은 모두가 다음 헤게모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제국주의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제국주의가 언제 적 제국주의인가. 가라타니는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제국주의를 21세기에 일상언어로 구사했다. 최근엔 또 중국이 아프리카를 식민지처럼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스 해외 특파원 출신 하워드 프렌치는 중국과 아프리카를 두루 취재한 뒤 펴낸 책에서 “중국인의 아프리카 진출은 1930년대 군국주의 일본이 자국 내 소외 계층을 만주로 보내던 모습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프렌치의 결론은 중국이 자본을 무기로 아프리카를 식민지처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1년부터 10년 동안 아프리카에 741억 1,000만 달러를 출자했다. 이 자본과 함께 100만여 명의 중국인이 아프리카로 향했다. 총칼만 안 들었다 뿐, 어마무시한 제국주의의 아류다. 

19세기 말, 조선을 철저히 붕괴시켰던 제국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루쉰은 “아편과 아편담뱃대라 해도 모조리 내버려서는 안 되며, 아편은 제약 공장에 보내 약을 만들게 하고 아편담뱃대는 약간 남겨서 박물관에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역사적 진실은 중층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편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게다가 우리의 역사라면 버릴 게 없다. 남길 수 있으면 남기고, 보존할 수 있으면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배워야 한다. 아픈 역사일수록 두 번 겪지 말라고 남겨두어야 한다. 거기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교훈을 얻고 무엇인가 준비해야 한다. 제국과 식민의 차이는 무엇이었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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