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피니언 ] 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에게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3.12.20 17:5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감 해공

대한불교 조계종 보현산 호국 충효사 회주

사회복지법인 충효자비원 이사장

 

 

이번에 출판하게 된 법문집은 지난 1년간 법상에서 설법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간추린 것입니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는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뜨거운 구도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밭을 가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설법의 내용을 분류하여 편집해 보았습니다. 구도의 길에서 행복의 밭을 가는 모든 분들께 감로의 법비가 내려지고 불은(佛恩)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하오며, 법문을 엽니다.

보현사 도량에서 석해공 합장 

 

 (지난호에 이어)

 

또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자비심을 내어 베풀고 사는 사람을 보거든 그 마음을 거룩하게 생각하고 섭수하셨으면 합니다. 남의 훌륭함을 알고, 그 마음을 본받는 것도 공덕이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기 질투가 많아 남이 잘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남을 칭찬하는 일도 잘하지 않습니다. 자비심이 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베푸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선행하는 사람을 시비하지 않고 시비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보살님들은 어떤 눈물을 흘리십니까? 그 눈물이 나만을 위한 눈물이 아니고, 남을 미워하는 눈물이 아니라 남을 생각하는 눈물, 선행을 보고 감동하는 눈물이면 좋겠습니다.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일

사람들은 21세기를 어떻게 열어야 한다, 21세기에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매스컴과 사회 각계각층이 떠들썩합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이 그어 놓은 선입니다. 날짜라는 것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인데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시간과 날짜의 틀 안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특히 서글픈 것은 불자들도 기독교인들이 만들어 놓은 서기에 맞춰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 잘 하겠다. 언제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입니다. 듣기 좋게, 따지기 좋게 말하는 사람들이 말에 현혹되어 정말로 의미 있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았으면 합니다.

지금 세상은 이렇듯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21세기가 의미 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미리 떠들며, 왜 세월이라는 것에 금을 그어놓고 묶여 있는 것입니까? 21세기에 모든 사람이 달나라로 떠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가난과 전쟁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21세기에도 가난한 곳이 있고, 찬바람이 부는 곳이 있으며, 이념과 경쟁으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과학의 발달도 꾸준히 이루어져 왔던 것이지 언제부터 과학이 발달된다는 시작점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21세기에는 모든 과학이 발달해서 모든 사람이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떠드는 것은 오히려 사람을 물질로 취급하는 행위이자,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불자들은 새해부터 잘하겠다느니 21세기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겠다느니 하는 생각보다는 현재, 지금 내가 얼마큼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후손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좋은 인생을 위해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잘 합니다.

“너희들은 이제 21세기의 주역들이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서 21세기를 빛내기 바란다.”

절대로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21세기의 주역이 될 사람들이니 잘해라 하고 가르치기보다는 먼 미래의 참다운 삶까지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길을 먼저 가르쳐야 합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십시오.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쟁이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가치관이니 주체성이니 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이득이 있는가 없는가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하나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어느 민족인지도 모른 채 행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분명히 세계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여러 민족의 독특한 향취가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지 강대국의 힘에 이끌려나가는 것을 하나 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아무튼 이제는 내가 과연 한민족의 국민으로서 어떠한 주체성을 갖고 있는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는 사람으로서 얼마큼 참다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겠습니다.

내 아이들을 국적 없고, 주체성도 없는 아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가 먼저 확고한 주체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가치관과 주체성은 부모가 가정에서 먼저 세우고 지켜야 합니다. (계속) 

 

 

 

 

 

 

 

저작권자 © 채널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