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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하는 자식들의 바람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3.11.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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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식 편집국장 

입원 전에는 걷는데 지장이 없었고 제법 정정하시던 분이 요양원에 입소한 뒤 얼마 안된 지금 휠체어 없이는 거동할 수 없는 상태를 보고 많은 걱정을 하는 이웃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하는 내내 후회하며 현실에 좌절하는 것처럼 보였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는 이렇다.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여 환자를 돌보는 곳이 요양병원이고, 요양원은 돌봄의 성격이 강하며 나머지는 비슷하게 관리한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시간이 좀 지났지만 중앙지의 한 기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 달 동안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근무하며 체험한 르포 기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우리 지역의 시설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점을 알리면서, 혹여 가족을 요양원에 모실 때 도움되면 좋겠다 생각하며 올린다. 요양원의 하루 일과는 계절에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여 세면, 아침 식사, 기저귀 케어, 목욕(일주일 1회), 점심 식사, 오후 간식, 저녁 식사, 소등, 기저귀 교체 등이다. 요양원의 하루는 1분도 흐트러짐 없다. 요양보호사 2명이 18명을 일으켜 세워 앉히고 앞치마를 두르고 틀니를 끼워주는 등 식사 준비부터 투약, 양치질, 양치 컵 씻기, 앞치마 빨래, 오전 중 나온 빨래 널기까지 80분 안에 마쳐야 한다. 날이 갈수록 ‘어떻게 잘 돌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요양’은 사라지고 효율만 남았다. 식사 10분 전, 똑같은 앞치마를 둘러매고 반쯤 올린 침대에 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밥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소름 끼칠 만큼 일률적이었고 환자 영양식을 먹는 노인들의 대변은 양·색깔·묽기, 색깔마저 정확히 일치했다. 기자가 한 달 동안 지켜본 요양원은 사실상 죽어야만 ‘퇴소’할 수 있는 수용소였다. 변기에 앉아 시원하게 대변을 본다는 건 기저귀를 찬 노인들에게는 꿈같은 일이었다. 변비 탓에 노인들 대부분이 최소 3일 동안 같은 기저귀를 차고, 오래 교체되지 않다 보니 노인들은 꼬리뼈에 욕창을 달고 살았다. 요양원을 택한 이유는 몇 명을 제외하고 자발적이 아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졌거나, 치매가 심해져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인들이 가족의 손에 이끌려 요양원에 온 것이다. 사연은 달랐지만, 들어오는 순간 바깥 세계와 단절되는 건 모두가 같았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노인들 가운데 1~2명만이 일주일에 1~2번 찾아오는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노인들은 명절에만 겨우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요양원 입소자의 90%는 치매다. ‘석양증후군’, ‘일몰증후군’ 치매 환자들의 폭력성은 일몰이 다가올수록 심해진다고 했다. 치매가 심할수록 가족의 방문은 줄고 그렇게 자신을 죽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병들게 했다. 평균 나이 87세. 70대부터 100대까지 나이와 상태는 달랐지만,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선 모두가 같았다. 기자가 요양사로 일한 한 달 동안 2명의 노인이 죽음으로써 요양원을 퇴소했다. 가족과 함께 살게 됐다거나, 건강이 나아져 요양원을 벗어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르포 기사를 요약하면서 하나같이 그곳엔 가기 싫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떠올린다. 가족들이야 처음엔 모두가 전문적인 돌봄을 받으면서 생활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노인들을 요양원으로 모신다. 하지만 동네 경로당에서 끼리끼리 정보를 나눈 어르신들은 거기는 죽으려면 영양제 맞히고, 큰소리 한번 치면 수면제 먹이는 장사일뿐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여긴다.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소중한 가족, 편안한 집 놔두고 그곳에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안타까움과, 치매나 거동 불능 어르신들을 가족 대신 돌보는 요양원 근무자들의 어려움이 묘하게 교차하는 느낌이다. 한가지 바람은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내 가족같이 돌봐주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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