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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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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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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감 해공

대한불교 조계종 보현산 호국 충효사 회주

사회복지법인 충효자비원 이사장

 

 

이번에 출판하게 된 법문집은 지난 1년간 법상에서 설법한 내용 중에 몇 가지를 간추린 것입니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는 불자들을 만날 때마다 뜨거운 구도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밭을 가는 농부 같은 마음으로 설법의 내용을 분류하여 편집해 보았습니다. 구도의 길에서 행복의 밭을 가는 모든 분들께 감로의 법비가 내려지고 불은(佛恩)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하오며, 법문을 엽니다.

보현사 도량에서 석해공 합장 

 

 (지난호에 이어)

 

그러나 그러한 저조한 지지율 속에서 오부치가 1년 동안 보여준 노력의 성과는 대단했습니다. 그가 총리가 된 지 1년이 되자 오부치는 국민들의 지지율이 50퍼센트에 웃돌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왜 그런가하면 그토록 걱정을 했던 경제문제에서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 마이너스 성장률이었던 것이 금년 1분기에 19퍼센트 플러스로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금융 불안도 해소되었고, 주가와 엔화 가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정권기반도 갈수록 안정감을 더해가고 있어 국민들이 그의 노력에 따뜻한 갈채를 보낸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 국민들이 오부치에게 정작 감동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성과를 올린 인물이라는 점이 아니라 그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오로지 목적을 위해 기꺼이 허리를 굽힐 줄 아는 겸허함을 갖춘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해선 자신의 자세를 낮출 줄 알고,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국민들을 감동시켰던 것입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러한 그를 보고 ‘진공(眞空) 총리’ 라고 했답니다. 진공 상태처럼 무색무취하지만 모든 것을 빨아들일 용량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오부치는 진심으로 마음을 비우고 있었기에 모든 것을 제대로 채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발견하지 못하는 일,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 미국 의원에게 생겼는데 그 일이 세계적으로 기사화되어 관심을 끌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로버트 버드라고 하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한국인 차를 들이받았는데,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받자 이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재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버드 의원은 지난 해 5월 7일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 주(州)에서 차를 직접 몰고 가다가 한국인 차 뒷부분을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는 그 자리에서 딱지를 떼이고 인근 파출소로 연행됐었는데, ‘의원들은 반역, 중죄, 치안방해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의사당을 오가며 발생한 모든 사건에서 체포되지 않는다’는 면책특권 헌법 조항에 의해 석방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원이자 헌법학자였던 그는 그러한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교통법규 위반사범 재판소에 스스로 출두하였습니다. 그는 혐의 사실을 묻는 판사에게 “이의 없다”고 대답했고, 담당 판사는 그가 초범이고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에 벌금 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결국 버드 의원은 30달러(우리나라 돈으로 약 3만6천 원 정도)의 법정 비용을 납부하고 4점의 교통벌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혹은 권력을 갖고 있다는 고위공직자 중에 버드 의원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소리를 들은 바 없습니다. “도대체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내가 누군데 함부로 연행을 해, 바로 일하지 못하겠어! 정말 다치고 싶어!” 하며 큰소리치는 공직자들, 파렴치한 죄를 짓고도 면책특권을 들먹이며 되레 큰소리치는 공직자들이 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버드 의원처럼 양심에 따라 법의 심판을 받고자 하는 공직자가 있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경덕전등록제 10’에 보면

“온 세계가 수행자의 눈이요

온 세상이 그대로 수행자의 몸이다.

온 세계가 모두 자기 광명이요

온 세상 모두가 자기 밖에 있지 않다.”

는 말씀이 있습니다.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라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도 정당한 일에 사용하도록 권력이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권력을 갖게 되었다면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권력자의 도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사회가 권력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회가 있으므로 해서 권력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세상이 바뀌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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