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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결혼도 못하는데 아이러니

최병식 편집국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3.08.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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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동물이나 살아있는 것들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먹고 사는 문제다. 사람도 부모의 보호를 받는 어린애가 아니라면 젊거나 늙음에 상관이 없이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 초고난도 ‘킬러문항’인 저출산의 해법은 양질의 일자리에서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현상유지가 가능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었고, 올해는 더 떨어져 0.73명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곧 0.6명대가 될 거라는 관측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신기한 것은 합계출산율이 떨어져도 경제와 문화면에서는 승승장구했다는 것.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코로나 위기가 한창인 2021년 7월에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누가봐도 흙수저였던 한국이 금수저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경제가 나아지니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응에 약 280조원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합계출산율은 백약이 무효다. 돈을 그렇게 퍼부었는데도 왜 약발을 받지 않는걸까. 정부의 말처럼 정책 수요가 높은 임신·출산·돌봄 등 아동·가족에 대한 직접 지원이 안돼서 그런걸까. 아니다.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저출생 현상은 주거비용을 낮추고 일과 생활 간 조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완화할 수 있는 정도를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이 있다. MZ세대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지 그 진짜 이유를 봐야 한다.
정책을 어떻게 하면, 합계출산율이 어느만큼 오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많다. 합계출산율이 낮아진 원인은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혼인 건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유도 간단하다. 바로 경제 여건이다. 취업도, 내집 마련도, 결혼 자금도, 아이 낳고 양육까지 모두가 돈과 연결된다. 더구나 수도권엔 집 한 채가 수십억에 이르고 전월세값도 청년들 수입에 비하면 만만치가 않은데 결혼을 고민하거나 기피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금수저들이야 부를 대물림 하니 좋은 집에 좋은 차에, 비슷하게 좋은 조건 갖춘 배우자 만나서 보금자리 꾸리면 된다. 하지만 흙수저들에게 이런 환경은 사실상 이상의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평생을 차별과 저임금에 시달린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부모들의 뒷바라지로 졸업하면 출세할까 대학까지 진학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대학 공부까지 마쳐도 양질의 일자리는 겨우 열에 한둘 밖에 없다. 결국 청년들은 말한다. 취직도 못하는데 결혼이라니. 내 자식에게만은 흙수저 물려주고 싶지 않고, 금수저를 위한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그 말의 속뜻은 희생은 나 하나로 충분하니 비혼으로 살겠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도 할 수 있는 젊은이는 행운아요, 정부의 출산 정책이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아직도 이 사회는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되고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것이 불보듯 뻔하다. 여성들이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뻘짓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의 무게와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일회성 돈 몇푼 보태주는 정책으로 유혹해선 안된다. 뭔가 명확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정부를 보며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어쩌면 0.78명을 낳은 것도 기적이요, 어디까지 떨어질지 궁금하다. 
정부 정책이 그렇다쳐도 지자체는 또 나름대로의 고민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큰틀에서는 정부 정책과 공조해야겠지만, 지역만의 특성이 또 있게 마련이니 그 맞춤형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또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연장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정주여건 조성 등 지역 소멸에 대응하는 생활인구를 확보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고민이 깊어지면 답이 나올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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