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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다시 비대면의 시대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3.06.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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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식 편집국장 

‘봉제사 접빈객’을 자랑으로 삼았던 과거 우리 조상들의 삶은 지금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사람은 대면으로 만나 정을 쏟고 교감하며 사람냄새 풍기고, 사회성을 익히면서 이른바 ‘사회적 동물’이 된다. 과거 대면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접근성과 편의성에 있어서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런데 최근 인천의 어느 대형마트 앞에 걸린 현수막이 키워드로 돌았다. 이 현수막에는 ‘직접 계산하면 싸게 주나요? 고객에게 일 시키고 계산원 줄인 그 이익은 누가 봅니까?’ 등의 현수막 사진이 화제에 올랐다. 

 

지역에도 등장했지만 고객이 직접 계산하는 셀프계산대가 확산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이 내건 항의의 표시로 보인다. 기술 발달과 그로 인한 일자리 축소의 문제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혹 기업의 입장에서 직원과 고객 사이에 자연스럽게 발생했던 상호작용의 기회가 축소되며 나타나는 문제가 없을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세계적 역병 코로나시대를 지나면서 우리네 일상에 보이지 않는 많은 변화가 다가왔다. 여기에 경기불황과 소비가 위축되면서 어느새 ‘무인’이라는 말이 거리를 가득 채우는 듯 보인다. 비대면 또는 언택트 시대. 무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배달 문화를 시작으로 무인 서비스도 다양해진다. 무인 편의점은 이미 익숙해질 정도로 늘고 있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코인노래방에 코인세탁소도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된다. 무인 커피전문점은 물론 무인 식당, 무인 밀키트 전문점까지 등장했다.

 

어플로 들어가 약 배송까지 비대면 진료를 하고, 회의는 화상회의가 이뤄지고, 수업과 쇼핑도 온라인으로 한다. 거기에 안부나 소식은 온라인 메신저로 주고 받는다.

밖으로 나가봐도 자동 발주 솔루션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무인포스기에서 결제하는 일이 흔해지면서 무인화의 가속은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고객이 직원과 눈을 맞추거나 짤막하게라도 대화를 나누는 순간들은 점차 사라진다. 직원이 하는 일을 보지 못하는 고객은 그 업무의 가치도 실감하지 못한다. 

고객을 만나지 못하는 직원 또한 의욕이 떨어진다. 다른 사람을 돕거나 삶을 변하게 하면서 무엇엔가 기여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오는 뿌듯함도 사라진다. 고객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얻던 학습과 개선의 기회도 날아간다. 사실 직원은 기업이 가장 먼저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 1차 고객이다. 

일부 학자는 직원 경험이 곧 고객 경험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기업이 직원의 발전과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외부에서 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소비자의 제품 구매 욕구가 높아지고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올라간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자동화는 일하는 방법과 장소는 물론이고 일에 필요한 인간 노동력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고 있다. 챗GPT를 포함해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수많은 과정을 자동화한 기업은 너무나 당연하다는듯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단절되면 고객은 기업 활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직원은 사람을 통해 생생하게 얻던 성취감을 잃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것 사이의 득실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잘 따져봐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비대면으로 은근히 심리적 안정을 찾는 듯하다. 하지만 어린이나 노인들, 그리고 장애인과 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장치나 관리인 한명 정도는 두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다.

그렇지 않아도 챗GPT로 화이트칼라부터 줄줄이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아래 노동력은 점점 힘을 잃을 전망이다.

우리 모두는 멋진 미래를 꿈꾸고 아름다운 인류애를 말로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게 미래로 흐르고 있다. 이러다가 우리 모두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모두들 외로운 고독사로 내몰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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