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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색난”…효를 행함에 있어서 진짜 어려운 일은 ‘빛’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3.06.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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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식 편집국장 

인간의 질문에 기계가 대답하는 챗GPT 시대가 도래했다. 화이트칼라부터 사람의 일자리를 심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시대에 이런 이야기가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은 이미 꼰대가 된 내 몫이 아니라 독자의 영역이라 생각하며 욕먹을 각오로 써내려 감을 양해하기 바란다.

유명한 논어의 위정편에는 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색난(色難)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는 “색난” 즉 “빛이 어렵다”라며 “(무슨)일이 있을 때면 자식이 노고를 대신하고, 술이나 음식이 있을 때는 부모를 먼저 대접하는 것을 효로 여길 수 있나?”라고 되묻는다. 효를 행함에 있어 진정 어려운 것이 ‘(얼굴)빛’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얼마전 “60세 이상은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써 붙인 ‘노 시니어존’ 카페가 등장해 한참 논란이 일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다. ‘노 키즈존’에 이어 등장한 ‘노 시니어존’에 담겨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알다시피 나이드신 어르신이 어떤 장소에 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노 시니어존’이다. ‘노 시니어존’이 생긴 이유는 일부의 노인이 사회 통념에 맞지않은 정도의 무례한 언어사용이나 행동, 즉 진상짓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영업하는 업주의 입장에선 돌아올 피해도 고려하여 내린 고뇌의 결단이겠지만 노인들을 집단으로 일반화해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결국 젊은 세대와 노인세대간 나이를 이유로 한 연령차별이며, 혐오다. 전문가들은 이런 갈등과 혐오의 원인을 세대 간 소통과 교류의 단절로 보고 있다.

과거 우리는 3대가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살았다. 그래서 자연스런 만남과 교류, 교육이 이루어지고 소통이 됐지만 지금 그렇지 못해 관계가 많이 단절돼 있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사이 특히 10대, 20대, 중년층 그다음에 노인층 등 계층별로 다니는 장소가 뚜렷하게 분리가 돼있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다양한 세대가 거부감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여가나 문화공간을 만들고, 교육도 함께 할 수 있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그런 장소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다보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에 대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고 이해하면서 세대 간의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다. 

 

색난에서 말하는 효도 시대 상황에 따라 많이 변했다. 요즘 젊은이들, 특히 2030세대는 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아빠가 뭘 안다고 그래?” “엄마는 그것도 모르면서…” 짜증과 화로 가득한 얼굴, 가정에서도 우리가 왕왕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젊은이들의 이런 인식이 ‘노 시니어존’으로 표출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극히 일부 매너없고 눈꼴스러운 장면을 보이는 노인네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침소봉대해 일반화하여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다. 

이제 단절된 것을 극복하려 애써고 지역 사회의 모든 연령, 계층이 이런 일을 함께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든 연령의 세대들이 함께 잘 살아가는 통합 공동체를 지향하자는 뜻이다. 

 

키오스크나 디지털 기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어르신들이라 해서 삶의 지혜마저 자식만 못한 것은 아닐텐데, 그런 지혜는 헤아릴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서툰 부모가 답답하다고 성을 내서야 되겠나. 밝고 아름다운 얼굴이란 찾기가 어려운 ‘색난’의 시대다. 온화한 마음과 얼굴빛을 갖는 것이 효도임을 깨닫는데도 사실 그게 정말 어렵다. 

효를 이유로 혼정신성(昏定晨省)의 무제한 희생을 요구할 것도 아니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적어도 밝은 빛의 얼굴로 자연스러운 애정표현이 담긴 효행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효도는 금수저가 한다는 말을 듣고, 사진속의 ‘안내견 환영’ 문구와 그림을 보며 개보다 못한 처지가 될까 더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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