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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집단실종 상황… 농가피해 눈덩이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3.04.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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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피해로 관내 벌통 3분의 2이상 실종

연이은 월동 꿀벌 집단 실종으로 양봉농가들이 망연자실에 빠졌다. 지난해 이상기후와 응애류 감염, 응애 방제약 내성 등 복합적 요인으로 집단폐사 한데다 면역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꿀벌들이 올해도 같은 환경에 놓이면서 양봉산업 기반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천시에 따르면 올해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관내 양봉 농가 25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73.2%인 207곳에서 피해가 확인됐고, 벌통 총 2만7천416군 중 2만81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동 기간을 거치며 폐사하는 꿀벌 수는 통상 전체의 10% 안팎이 일반적이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축산 담당자는 “2021년부터 우리 지역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월동 꿀벌 실종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피해가 누적되다 보니 올해 피해는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3분의 1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지만 올해는 그 이상인 3분의 2가량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

정부와 지자체는 꿀벌들이 먹이인 아카시아 꿀을 뜨고 나면 세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며, 양봉산업 기반 유지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양봉농가들 사이에서는 꿀벌 사육 환경이 예전 같이 않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경력이 오래된 한 양봉농가는 “이상기후, 잦은 병해충 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양봉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난해와 올해 집단 실종 사태를 겪으며 양봉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다”고 했다.

현장 양봉 농민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원인 중 하나는 응애 피해다. 여기에 응애류 피해를 방제할 목적으로 사용한 약이 꿀벌 발육에 영향을 미치거나, 반대로 적기 방제를 하지 않은 경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이상기후를 꼽는다. 이상고온으로 일찍이 활동에 나선 꿀벌들이 체력을 소진한 뒤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지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냉해, 가뭄으로 꿀벌이 먹이인 꿀을 제대로 뜨지 못해도 면역력 약화의 원인이 된다. 올해 이상고온으로 꽃이 일찍 개화하면서 채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 양봉농가의 사육 봉군수가 30% 가량 늘어 사실상 밀집 사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1면에 이어)

 

벌의 경우 2km 이상까지도 이동하는데 봉군 수가 많아지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병이 전염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이용기(62, 남부동)씨는 “작년에는 봉군 110개 중 50개 정도가 남았고 올해는 100개 중에 5개 남았다”며 “피해가 반복되다 보니 이제 두려움마저 생긴다. 더이상 이 업을 이어갈 엄두도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벌이 없어진 탓에 과채류 농가들도 덩달아 위기를 느끼고 있다. 화분매개용 벌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

복숭아 등 과수농가들은 양봉농가로부터 화분매개용 벌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봉군 가격이 오르자 비교적 저렴한 뒤영벌로 바꾼 농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농민들은 뒤영벌로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뒤영벌 역시 집단실종 피해를 입은데다 뒤영벌은 한 통 구입할 때 개체 수가 양봉 꿀벌보다 적어 비교적 규모가 큰 농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차 여러 요인으로 양봉농가가 사육을 포기할 경우, 문제는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화분매개용 벌을 수급하는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할 사람도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림부는 지난 2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봉산업 기반 유지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꿀벌 개체 감소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등 현장과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으며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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