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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만법’을 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2.10.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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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가까운 이웃인 포항에 허대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을 지냈던 사람이다. 1969년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인 포항에서 1995년 전국 최연소 시의원으로 당선됐지만 이후 7번 선거에서 7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포항의 지역구 국회의원부터 포항시장 자리까지 선거 출마하는 쪽쪽 떨어졌다. 정말 아쉬운 표 차이로 낙선할 때도 있었다. 지역주의의 벽을 무너뜨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그였다. 그러나 포항에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30년 가까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악마의 맷돌’에 인생 또는 영혼을  갈아넣는 일이다. 스스로 느낀 심적 자책이 얼마나 컸을까. 

 

결국 그는 쓰러졌다. 두 번의 시한부 선고에도 정치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몇 해를 넘겼지만 결국 올해 8월22일 생을 마감했다.포항도 그렇지만 영천에서도 민주당 정치를 한다는 것은 곧 지역주의와의 싸움이다. 

번듯한 직장이나 사업체라도 하나 가지고 있다거나, 평생 먹고 살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지역주의 극복하기가 참으로 어려운게 현실이다. 선거에 떨어져 지역을 전전하면 ‘저봐라, 선거 떨어지고 뭐 먹고 사는공~’ 류의 비아냥 듣기가 일쑤다. 겉으로 호의적인척 하지만 돌아서면 뒷담화다. 
 허대만씨는 평소 지역주의가 변했고, 변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역주의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지역 정치권이 무능해도, 주민들은 ‘알아서’ 결집한다. 심지어 ‘묻지마’로 답한다. 

정치인들은 적어도 영.호남 주민들의 심리를 맘껏 이용해 왔다. 그래서 늘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치러진다. 그의 죽음 후 이른바 ‘허대만법’으로 불리는 선거법 개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물론 민주당을 중심으로다. 허대만법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게 골자다. 

국회 의석을 6개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나눈 뒤,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전국을 하나의 권역으로 보고 비례의석을 일괄 배분하면 지역 안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권역별로 따로 배분하면 해당 권역에서 여러 정당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경상도는 국민의힘, 전라도는 민주당’이라는 식으로 고착된 지역 구도를 깨자는 뜻이 담겼다.사실 이 법은 지역주의 정치의 폐해를 보다 못한 중앙선관위가 2015년 국회에 제안했던 것이다. 

이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수차례 시도됐지만, 여야가 유불리를 따지는 과정에서 매번 무너졌다.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등과 손잡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정개특위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대했고, 민주당도 의석수 감소를 우려한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물러섰다.
그의 말처럼 선거법을 개정하려면 ‘여의도 민주당’과 싸워야 한다. ‘여의도 국민의힘’과도 싸워야 한다. ‘만년 야당 정치인’ 허대만. 답답할 정도로 원칙적이지만 전라도에는 또다른 ‘허대만’이 있을 것이다.

 정치 이외엔 세상의 결을 읽는 데 미숙한 사람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군소 정당의 비례의석 확보가 쉬워져 손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거대 정당 의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법 개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지역민에게 맹목적인 순종과 증오를 요구하는 지역주의의 폐해는 지금껏 수없이 봐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난 6월의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 영남과 호남이다. 이런 정치로는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는 지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가발전의 가능성마저 좀먹는 요소이기에 ‘허대만법’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도 서울대 나오고 농사를 짓다 정치에 입문한 이가 있다. 나는 그네도 지역주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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