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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정취와 추억을 찾는 시간, 추석

최병식 편집국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2.09.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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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과 조상을 특별히 사랑하 는 우리지역 사람들의 마음은 해마 다 경향 각지에서 흩어져 살던 집 안 형제들이 한가위를 앞두고 고향 선산에 모여 벌초를 하면서 모이는 걸 보면 안다.

선산 자락에 늘려진 조상들의 묘지를 굵은 비지땀 흘리 며 정성껏 깎아드리고 나서 큰절을 올린 뒤 무더위 속에서도 옛날 어 릴 적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 지난주 토요일 벌초를 마치고 일요일에 금호에 있는 축협한우판 매장을 가봤는데 벌초를 마친 가족 들, 일가들이 영천의 별미인 별빛 한우 판매장에서 구이에 육회, 찌 개 등을 맛보고 있는 풍경이 마치 어릴 적 마을에서 동네사람들 모두 모여 마당에서 잔치할 때 모습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 넓은 축협판매장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할 정도로 많 은 향우들과 영천사람들이 함께 영 천 한우맛을 즐기는 모습은 벌초때 쯤 아니면 잘 보지 못하는 풍경이 다. 고향과 고향의 정취, 추억과 맛 때문에 전날 아니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고향까지 와야 하는 일 이 어쩌면 정말 귀찮고 성가신 일 이 아닐텐데.

벌초라는 동기가 아니 면 먹고 산다는 핑계로 자꾸 미루 게 되는 고향 방문이 아니던가. 하 긴 이런 연례 행사인 벌초도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세대만의 의무 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 도 점차 줄고 어쩌면 벌초는 지금 세대가 끝나면 더 이상 없어질 하 나의 묵은 관습처럼 될 지도 모른 다는게 주위 사람들의 걱정이다. 하 나 아니면 둘 낳는 것도 어렵다는 현실에 매장으로 묻어줄 후손이 어 디 있을 것이며, 묻힌다 한들 매년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는 묘지를 찾 아 그 위에 자란 풀을 깎아줄 효자 가 어디 있느냐고 푸념들을 해댄다.

 

이 세상에서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 그리고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을 1세 대인 사람들이 오래 살고 싶지 않 아도 오래 살아지는 시대, ‘장수지 옥’이라 불리는 세상을 지금 살고 있다. 이제 곧 추석이다. 딱히 종가가 아니라도 어느 집이건 집집마다 그 가문의 역사와 내력이 담겨있고 밖 으로 자랑할 만한 음식이 한두 개 쯤 있을 것이다.

 

대대로 이어져 내 려오는 레시피로 조리하는 음식, 가 족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강화시켜 주는 음식 말이다. 추석은 그런 ‘패 밀리 소울 푸드’라고 해도 크게 틀 리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가족이 라는 이름으로 다같이 모여 맛보 는 시간이다.우리는 계속해서 이어 졌던 코로나19로 두해 넘게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지도 못하고 떨어져 있는게 미덕이라는 슬픈 추석을 지 내왔다.

 

함께 차례 지내고 성묘하는 것도 자제하며 모이지 말고 사회 적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당시 추 석 풍경은 참으로 씁쓸하고 서글펐 다. 하지만 이제 다시 어느만큼 일 상을 회복했고, 곧 멀리 떨어져 있 던 가족 친지들이 한데 모이는 명 절이 다가 온다.

 

그 옛날 시어머니들은 명절에 먹 을 만큼만 음식을 하면 될 것을 어 디에다 쓸려고 무지막지한 양의 전 을 부치고, 돔배기 꼬치를 찌고, 분 에 넘치는 음식을 장만하게 했을 까. 찌짐을 굽는 며느리들은 속으 로 ‘먹지도 않을 것을’ 이라는 생각 을 했을 것이고 그러니 기름 냄새 가 진저리 쳐질테다.

 

세월이 흐르고 생각에도 변화가 오다 보니 더 이 상 명절이라고 기름 냄새를 하루종 일 피우지 않아도 될 만큼 찌짐의 양도 많이 줄었다. 힘에 겨운 나날을 살면서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이지만, 3년만 에 모이게 된 추석을 맞으며 정겨 운 가족끼리 옛날 기억 떠올리고, 색바랜 흑백사진 한 장쯤 꺼내놓고 추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는지.

 

바쁜 속에 살면서 까맣게 잊고 있던 그때 그 시절이 사진 한 장으로 소환된다면 사진 속 그때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 날 지도 모르고, 그때 그리움이 만 져질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올 추석은 추억속 사진 한 장 꺼내보 며 정겨움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시 간들이 되면 좋겠다. 사족으로 독자 들도 모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가위 같은 날’이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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