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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라진 꿀벌의 진실

심보통의 보통글밥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2.04.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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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훈 스토리텔링작가, 시인

다음은 고려산삼감정협회 양승광 회장과의 일문일답.

 

-회장님, 꿀벌이 없다네요.

 

“네. 없지요.”

 

-기후변화와 응애 때문이라는데.

 

“일부 영향일 수는 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사에서 꿀벌은 토종벌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죠. 양봉벌(서양벌)이야기죠.”

 

-꿀벌 대량 실종, 회장님이 보시는 원인은 무엇입니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꿀벌이 매년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통신사들의 통신기지 전파 장애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두 번째는 이번 울진 삼척 화재이고, 셋째가 응애인데 사실 이 영향도 극소합니다. 넷째는 소나무재선충 같은 병충해입니다. 기후변화는 글쎄요, 가장 미미한 원인으로 굳이 꼽자면 다섯째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올해 꿀 생산량은 줄겠군요.

 

“울진 삼척 화재 때문일 겁니다. 앞으로 60년간 울진 삼척에서는 송이 구경하기가 힘들 겁니다. 이게 송이 채취 농가는 물론 경상도, 강원도 입장에선 큰 문제가 될 겁니다.”

 

-보도된 걸 보면 10년 정도로 예상하던데요.

 

“에이, 그건 턱도 없습니다.”

 

-꿀벌이 대량으로 사라진 것이 꿀 생산량에는 큰 영향이 없다?

 

“없다 할 순 없겠지만, 그것이 결정적이다 할 순 없습니다. 양반이 쉽사리 곁불을 쬐지 않듯이 토종벌은 아카시아나 밤꽃 그리고 고추꽃에는 붙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꿀의 핵심은 ‘누가’ 먹고, ‘무엇’을 먹느냐입니다. 아카시아꿀은 서양벌이 만들죠. 토종꿀이나 야생꿀은 토종벌이 만듭니다. 꿀은 꽃의 밀선(꽃·잎의 꿀샘)에서 분비되는 자당을 꿀벌이 먹었다가 토해낸 분비물입니다. 벌들이 꽃에서 꿀을 가져왔을 땐 묽은 액체 상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벌이 뱉어낸 효소 때문에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점성을 가진 꿀로 바뀌게 되지요.”

 

-사라졌다는 꿀벌은 양봉벌로, 양봉농가에서 설탕을 먹여 키우죠.

 

“맞습니다.”

 

-그럼 토종벌은 뭘 먹습니까.

 

“꿀과 화분(꽃가루)을 먹죠. 특히 자기들이 만든 꿀을 먹어요. 통상 석청 목청 토종꿀은 토종벌이 만들죠. 채취 농가는 꿀의 20% 정도를 벌집에 그대로 놔둡니다. 아카시아꿀은 서양벌이 만드는데 양봉농가가 설탕물을 타서 먹이죠. 해서 아카시아꿀, 밤꿀을 사양꿀(飼養꿀·벌에게 설탕이나 설탕을 끓인 물을 먹여 생산한 꿀) 인공꿀 양봉꿀이라 하고, 석청 목청 토종꿀은 자연꿀 야생꿀이라고 합니다. 석청은 바위에서 채취한 것, 목청은 나무에서 채취한 것, 토종꿀은 기술적으로 토종벌을 불러 모아 채취한 것이죠.”

 

-야생꿀과 양봉꿀의 차이는 큽니까.

 

“그럼요. 기생으로 치면 석청은 1류 기생이고, 아카시아꿀은 3류 기생입니다. 석청을 만드는 토종벌이 귀족이라면, 아카시아꿀을 만드는 서양벌은 무지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석청과 아카시아꿀 사이에 토종꿀이 있는데 이건 육두품 정도 됩니다. 꿀에는 지엄한 ‘신분’이 존재합니다. 토종꿀이 산삼씨를 야산에 뿌려 20~30년간 키워 산삼농부가 수확한 것이라면, 야생꿀은 야생에서 저절로 20~30년간 자란 것(천종산삼天種山蔘)을 심마니가 채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석청, 목청이 아카시아꿀보다 40~50배 비싼 것은 토종벌이 산더덕꽃 산도라지꽃 싸리꽃 같은 야생화 화분과 꿀을 먹고 천연자연에서 꿀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꿀의 용도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꿀을 섭취하는 목적이 석청, 목청 같은 야생꿀은 약리차원이라면 아카시아꿀 같은 양봉꿀은 식용차원입니다.”

 

-회장님한테 양봉꿀의 가치는 어떻습니까.

 

“그냥 식용꿀이죠. 굳이 찾아 먹지는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양봉꿀은 꿀이랄 수 없죠.”

 

다음주엔 이 인터뷰만큼이나 흥미로운 ‘인터뷰 해설판’을 나누겠다. 오쿠모토 다이사부로 해설의 <파브르 곤충기-7권>과 개미전문가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 세계적인 환경·에너지·안전 전문가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외신보도 등을 참고, 양승광 회장 이야기의 이해를 좀 더 돕고 일말의 오해를 씻고자 한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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