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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남의진역사(山南義陣歷史)

무우성기(無憂城記)③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2.04.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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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체험학교장 조충래

()나라는 신론(神論)을 듣지 않았다가 나라가 망하였고, 수나라는 비단으로써 양자강에 겨울에 꽃을 치장하였다가 그 사치하던 행락이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일은 모두가 우리에게 가깝게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지금 공방(公方)은 나라 형세가 무너지는 것을 돌보지 않고 야비한 욕심만 도와서 착취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모든 백성이 도탄에 빠졌으니 나라 형세가 흙 무너지듯 위태할 우려가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임금께서는 앞에 가던 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뒤에 오는 수레를 조심하시어 이 나라 명맥이 끊어지고 백성의 마음이 흩어지기 전에 죄지은 놈들을 잡아서 위태한 이 나라를 다시 반석 위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하시어 무궁한 향락을 누리도록 하시면 좋을까 하나이다.” 천군이 직설의 글을 보고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홀연히 깨달아서 사법관에 명령하여 공방을 체포하여 그 죄를 다스렸다. 그리고 그 머리를 부수어 돈을 만들어 백관들의 봉급으로 나누어주고 그 이마를 부수어서 병기를 제조하여 군인들의 무기로 나누어 주었다.

 

사욕을 멀리 귀양 보내고 유패와 각패를 멀리 추방시켜서 그 종적을 끊게 하였다. 천군이 직설을 칭찬하여 이르기를 슬프다 직설아. 옛날에 은나라와 주나라의 그 시대에도 모두 어진 재상을 만나서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만한 어진 임금들도 어진 사람을 얻어서 일어섰거늘 하물며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 같은 군주야 어질고 착한 이의 보좌와 지도 없이 현군이 될 수 있으랴. 그대는 나를 위하여 널리 광고하여 어진 사람을 추천하여 주기를 바란다.” 직설이 아뢰되, “신은 본래 자격조차 없는 것이 외람되이 나라 은혜를 입었사오니 감히 들은 바와 아는 바를 다하여 아뢰지 아니하리오. 신이 알기로 진심(盡心) 재상의 인격은 종묘사직(宗廟社稷)을 책임질 만하고 지사(志師)의 용맹은 변방을 지킬 만하온대, 또 어진 사람 하나가 있으니 성명은 호연(浩然)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은 가슴에 춘추대의(春秋大義-대의명분을 밝혀 세우는 큰 의리)를 담고 경륜(經綸-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능력)의 높은 재주를 연구하고 있으니, 아래로는 백성을 다스릴 만도 하고 위로는 임금을 도울 수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임금께서는 예로써 불러 시험하여 보시옵소서.” 천군이 직설을 시켜서 예물을 갖추어 호연을 초청하니 무릇 방문하기를 세 번 만에야 호연이 응하여 왔다.

 

천군이 친히 당 아래로 내려와 맞이한 후에 묻기를 나는 전자에 간사한 놈들의 말을 듣다가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으니, 원컨대 선생은 나를 잘 가르치라.” 호연이 아뢰되 대저 나라의 어지러움을 다스리는 것은 사람을 잘 쓰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있고, 백성의 안위(安危)는 재물을 절약해서 쓸 줄 아는데 있습니다.” 천군이 호연에게 절하고 대상(大相)에 임명한 후 나를 인도하고 보좌하여 위험한 구렁에 빠지지 않도록 하여라.” 호연이 크게 감격하여 나날이 백관들을 데리고 정치의 도를 강구할 새, 진심에게 내정(內政)을 부탁하고 지사에게 국방 단속을 위임하였다.

 

그로부터 정치가 날로 새로워져서 모든 일의 운영을 보면 몸이 팔을 놀리는 것과 같고, 법률이 시행되는 것을 보면 손이 손가락을 놀리는 것처럼 되었다. 임금의 덕화(德化)가 크게 떨치고 민심이 흡족하게 감복되었다. 국가원수의 밝은 정치는 모든 몸이 명령에 따르고 팔다리 같이 움직이는 대관들의 현명한 도움에 능률이 크게 올랐다. 그 후로는 모리배들과 협잡꾼들은 다시 정부에 발을 못 들이고 내부를 좀먹는 간사한 무리들과 밖으로부터 침입한 사기(邪氣)의 적들은 감히 침입할 생각을 못하는지라. 그로부터 뭇 백성들이 나날이 모여와서 무용으로써 축하하고, 사방 이웃들이 복종하여 해마다 조공물을 보내더라. 이 기념으로 한 누각을 지당 위에 세우고 천군을 모시어 좌정케 하고 그 누각 이름을 영대(靈臺)라 하고 그 성벽 이름을 걱정 없는 무우성(無憂城)이라 하였다. 그 사적을 영대 현판에 기록하니 그때가 바로 천군이 즉위한 후 태연(泰然) 팔년의 봄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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