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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영천사람의 기질을 묻는다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1.01.2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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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질이라면 예전엔 ‘은근과 끈기’를 말했다. 근래엔 강한 개척정신과 낙천성, 우수한 재능과 강한 개성을 자랑하지만 집단 이기주의와 과거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백석기, 한국인의 DNA중)

과거지향과 집단 이기주의에 주목하며 영천인만의 기질은 또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많은 장점도 있겠지만 비판적으로 보수성과 배타성을 꼽는 이들이 많다.

최근 영천이 고향이 아닌 영천사람 후배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친구는 태어난 곳만 여기가 아닐뿐 벌써 30여년을 이곳에 주소를 두고 직장생활을 한다.

뼛속까지 영천사람이 됐고, 나보다 영천사랑 상품권을 많이 사고 사용하며, 영천의 미래를 더 걱정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배타성을 말했다.

이런 자기를 두고 결정적인 순간에 영천사람임을 인정하지 않아 다분히 실망스럽고 마음의 상처를 넘어 심한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인이나 직장동료들과 술자리가 마련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흥이 넘칠때쯤 서로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

그저 친밀감을 나타내기 위해 물어보는 거지만 그럴 때 영천시내나 혹은 북안, 자양 등 이 정도만 얘기해도 별 반응이 없다가 자기처럼 영천이 아닌곳을 대면 ‘에이~ 영천사람 아니네’라는 반응이 나온단다.

그때부터 완전히 외계인 취급을 하는데 가슴 밑바닥에서 왠지모를 서글픔이 끓어 오른단다. 심각하지 않게 대답했는데 심각한 마음이 들더라고도 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이야기다. 이런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배타성이다. 배타성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과 부정적인 평가가 있을 수 있다. 동창회나 화수회 정도는 얼마든지 긍정적이다. 하지만 편협한 지역적 배타성은 경계한다.

기질이란 성격과 비슷해 타고나는 것이라 한순간에 바꾸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적이고 구성원을 포함해 다수로부터 비판을 받는다면 조금씩 바꿔 나가는게 맞다.

가장 큰 이유라면 지역 발전을 위해서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다. 인종과 민족간의 경계도 허무는 시대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세계 곳곳에 정착해 살고 있고, 내 형제자매가 영천 아닌 삼천리 곳곳으로 흩어져 산다.

이런 시대를 사는 우리가 영천이 좋아서 찾아오고 눌러앉은 사람들에게 선을 그어서야 되겠는가.

사람은 자신의 인격수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듯, 공동체도 변수만 다르지 집단 자체의 성격을 지닌다. 시어머니 욕하며 닮아가듯 말이다.

영천의 배타성은 어디서 왔을까. 익숙치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인가. 과거 교통수단이 없고, 정보통신 또한 발달되지 않아 이동과 소통이 부족하던 시대, 외부의 위험요소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어기제가 아닐까.

배타의 반대 자리에는 개방이 존재하고 있다. 배타가 구시대 생존에 일정부분 유용한 기재로 진화돼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가치도 아니고 시대는 변한다.

우리 스스로 현실에 새로 편입해 오는 이들에게 넓은 마음으로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것으로 같은 공간의 구성원들끼리 갈등이나 위화감의 단초가 되서도 안된다.

가난한 독거노인도, 돈 못 버는 실업자도 우리 이웃이듯 그들 또한 소중한 영천사람이다. 대한민국 어느 농촌이 다 그렇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이런 폐쇄적 배타성은 인구 늘리기 차원에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식있는 사람들의 지적처럼 주소조차 영천 가까운 대도시에 두고 고급차로 출퇴근하며 지역경제에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지역의 일부 의사, 약사, 한의사를 비롯해 학교 교직원들 보다는 그들이 낫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려운 역사를 단합된 힘으로 이겨온 대단한 저력을 가진 고장의 사람들이다. 이런 긍정적인 정체성에 배타성만 극복한다면 지역발전에 매우 효과적이겠다. 진정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면 시나브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대승적 차원의 인식 전환기가 됐다.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이건, 소득이 얼마든 우리 지역에 뿌리 내리고 살면 내 이웃이고 영천사람인 것이다. 우리 모두 가슴을 열어 그들을 보듬고 화합하는 지혜를 모아 더 ‘위대한 영천’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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