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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조재호 영천경찰서 화북치안센터장

요구르트 경찰, 노래하는 경찰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20.07.0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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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에 따른 노인복지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지금 읍면 지역의 경우 거의 대부분을 노인인구가 차지하고 있다.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경로효친 사상을 실천하고, 친근함을 보이며 살뜰히 보살핀 경찰관이 지역 노인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아 화제다. 지난달 19일 화북면 노인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화북치안센터 조재호 센터장이다. 조 센터장의 전임 근무지 였던 자양치안센터도 오지 마을이다. 당시 주민들이 경찰서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며 퇴직할 때까지 이곳에 근무하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당시에도 주민들의 정성이 담긴 감사패를 받았다.
그는 구수한 입담과 흥겨운 노래로 맞춤형 주민행복 치안을 펼치며, 부임지 마다 지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
요구르트 경찰, 경로당 가수, 들판 가수, 웃기는 경찰 등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별명도 얻었다.
2012년부터 9년째 농촌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조 센터장을 만나 그의 다양한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조재호 센터장은 2012년 처음 자양치안센터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낯선 곳에서 마을 순찰을 하다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려 가까이 다가 갔는데 밭을 매시던 할머니가 깜짝 놀라셨다.

할머니는 예상치 못한 경찰이 나타나자 “왜 내가 무슨 죄를 짓었나, 아니면 우리 아들이 죄를 짓었나. 이 밭에까지 왜 왔느냐”며 당황해 하셨다.

그래서 조용히 “할머니 그게 아니고 인사 드리려 왔어요”하며 안심시켰다. 그런후 사무실로 돌아와서 고민을 했다.

과거 일제강점기부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 아~ 경찰은 밭에 인사를 하러 가도 놀라시는구나.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심하던 조 센터장은 한 일주일 뒤에 다시 밭을 찾아갔다.

그때 다시 “왜 찾아 왔느냐”고 물었을 때 조용히 요쿠르트를 하나 꺼내 빨대까지 꼽아서 드리며 “중참을 드릴려고 왔어요”라고 안심을 시켰다.

이후 매일 30여개 요구르트를 준비했고 이것을 매개로 주민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중참이 된 요구르트가 주민들께 봉사하게된 계기가 됐다. 그렇게 요구르트 봉사활동을 한 것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까지 9년째 계속하고 있다.

“요구르트 한 개가 경찰과 주민과 거리감도 줄이고 친근한 경찰상을 보여주는 끈인것 같습니다”

조 센터장이 순찰을 돌다 문득 어느 경로당을 찾았을 때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열 분 정도가 계셨는데 넓은 방 안에 다들 누워 계시고, 일부는 화투를 치고 있었다고 했다.

어르신들께서 세월을 너무 지루하고 허망하게 보내고 계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농담을 섞어서 말부터 건냈다. 그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우스개를 나누며 서로간 마음이 열리자 노래를 한곡 불러드리며 노래가 치매예방에 좋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어르신들도 요즘은 산타를 만난 유치원 아이들처럼 좋아라 박수를 치시며 반겨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즐거워하시니 흥이나 정신없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조 센터장은 화남에 있는 노인복지센터에도 1달에 한번정도 봉사를 갔는데 현재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현재는 경로당도 코로나로 모두 문을 닫아 자천숲이나 길거리에서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을 만나면 요구르트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는 요구르트도 그냥 덥썩 주지 않는다. 일일이 빨대를 꽂아 어르신들게 드리면서 정을 내고 있다.

또 직원들 건강을 위해 파출소에 지급된 혈압측정기로 어르신들 혈압도 자주 체크해드리고 특히 요즘은 발열체크기를 가지고 다니며 어르신들의 체온을 재드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또 “밭에 일하는 곳에도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해 찾아간다”고 밝힌 그는 “사람은 늙어도 신명마저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별명이 다양하다. 요구르트 경찰, 경로당 가수, 들판 가수, 웃기는 경찰 등 모두가 주민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요즘 농촌에는 젊은 사람 별로 없다”고 밝힌 조 센터장은 “노인들이 건강도 안좋으신데 힘든 일을 하시고 또 혼자 사시는 홀몸 독거노인들이 많아 너무 안타깝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관내 70대후반의 어르신이 생활고를 비관하며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계시면서 병원비를 걱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면장님과 상의해 병원비를 지불하고 퇴원한 일도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어렵게 사시는 어른뿐 아니라 노인들 모두가 내 부모 같다라는 마음에 인사라도 친절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결같은 사랑을 담아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경찰이란 주민들이 있기에 거기에 존재하는 이유처럼 늘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맘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는 조 센터장은 “내가하는 일은 모두가 치안활동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어르신들을 만나면 전화금융 사기나 보행자 교통사고의 위험성, 범죄예방 등 목적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아들같이 편안하게 주민들께 친근한 경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 센터장은 어르신들게 웃음을 조금이라도 더 드리고자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을 보면서 웃음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시골 경로당에 어르신들의 흥겨운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제 퇴직이 3년정도 남았는데 제복을 벗는 순간까지 주민 친화적인 경찰로 요구르트 배달, 노래, 치매예방 웃음 드리기, 혈압측정, 발열체크 등 주민들을 위해 계속 봉사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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