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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노이무공’(勞而無功)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19.07.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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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어른이 내게 “열심히 하고 있제?”라고 물으면 “예, 열심히 하고 있심돠”하면 “제발 거꾸로는 열심히 하지 마레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사람의 말은 막연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고, 번잡하고 통일됨이 없으며, 시끄럽게 떠들어 대기만 한다. 그들은 그 이름에 유혹되고 언사에 현혹되지만 그 뜻보다 깊지를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말은 하지만 요령이 없고, 몹시 애는 쓰지만 공이 없으며, 욕심을 부리지만 명성이 없다.(故愚者之言, 忽然而粗, 嘖然而不類, 誻誻然而沸. 彼誘其名, 眩其辭, 而無深於其志義者也. 故窮藉而無極, 甚勞而無功, 貪而無名.)」 《순자(荀子) 〈정명(正明)〉》에 나오는 말이다.

‘시민을 행복하게, 영천을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최기문 영천시장이 취임한지 1년이 지난 지금 딱 떠오르는 말이 바로 ‘노이무공’(勞而無功)이다. 쉬운 영천말로 표현하면 ‘쌔빠지게 고생’은 했지만 딱히 이렇다할 결과물이 없다는 거다. 한 해동안 쉼없이 달려온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겠다. 온갖 애를 쓰며 동분서주 하지만 사실상 보람을 느낄 만한 우뚝한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다수 주민들과 정치권의 평이니 어쩌랴.

최 시장은 지난주 언론인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취임 1년의 성과와 향후 시정방향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다소 냉소적이다. 우선 지역민들과 현장 소통을 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자평했지만 진정성 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민들끼리 갈등의 골이 생겨도 뚜렷이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니 주민들은 앞으로 잘하겠다는 그 의욕만큼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꼬집는다.  

또 성과라고 내놓은 것들 중에는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의 연속적인 부분을 포함한 것도 있고, 그런 것이 아니면 타지자체에서 앞서 추진하는 사업이나 형태를 베끼기하는 형태의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성과들을 두고 오히려 장밋빛 비전 제시에만 치중해 보여주기식 홍보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전 발표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대구지하철 1호선 영천연장 추진문제도 구체적인 복안은 없이 지속적인 건의를 하겠다는게 해결책이다.

여태까지 우리가 유치에 공들이고 목메던 사업들이 하나같이 한순간에 날아가거나 지지부진에 답보상태고, 아니면 동력을 잃고 갈길을 헤매고 있다. 어떤 사업이라도 유치에 공 안들인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게중에는 심지어 사활을 걸다시피한 사업도 있다.

영천경마공원의 경우 10년이 지난 이제 겨우 첫삽을 떴다고나 할까 정도고, 고경산업단지 역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근래의 일들만 봐도 제대로 가는게 있나싶다. 한국폴리텍대학 로봇캠퍼스 설립인가 과정이 그렇고, 분만산부인과 개원문제도 그렇다. 영천역사박물관 건립문제, 영천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서부동 일대의 도시재생사업, 인구 늘리기 등등 하나같이 속이 뻥 뚤리는 시원한 구석이 없다.

우리가 국책사업 유치때마다 매번 관변단체를 비롯하여 각종 사적 모임까지 동원해 가면서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하지만 실패했을 때 좌절에 따른 주민들의 아픔은 그만큼 더 컸다.

왜냐하면 유치에 마음을 모을때는 현수막도 내걸고 온마음을 쏟으며 들이는 비용과 용쓰는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패 하거나 유치했던 사업들이 지지부진하면 상실감이나 허탈감은 몇배 이상으로 밀려오는 것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잠재적 손실은 누가 보상해 주며 어디에다 대고 호소해야 하는가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먹고 살려면 수없이 많은 사업들을 유치해 와야 한다. 매사가 참 어렵고 환경 또한 열악하다. 그래도 어쩔것인가. 앞서 말한 노이무공이 되지 않으려면 좀더 치밀하고 성공을 위한 정책기획을 해야한다. 자칫 안이하게 평소 하던대로 대처했다가는 지금까지의 전철을 밟는 일의 되풀이 밖에 없다. 열심히 일한 뒤에는 뿌듯함이 묻어나야지 아쉬움이나 허탈감이 들어서야 되겠는가. 굳이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를 언급하지 않아도 철저한 준비와 진행으로 어떤 사업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애를 쓰면 그만큼 보람을 얻는, 노이성공(勞而成功)하는 나날이 이어지면 좋겠다. 다시 시민들의 여망이 담긴 초심과 심기일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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