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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한관식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밖은 솔깃한 오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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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5  11: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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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년 전 사고로 왼손을 잃고,
얇은 옷 속에서 떨고 있는 자신에게 문학을 선물했다.
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아름다운 생과 타협하며 화해했다.

​괴테는 “인간은 세계를 아는 만큼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세계를 아는 것은 오직 자기 내에서, 자기를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세계 내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F. L. 루카스는 “문체란 한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 적 있다.
그가 얘기한 문체란 ‘유용하고 효과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진솔하고 정확한 글쓰기’가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동은 글 속에서가 아니라 삶 속에서 오는 것이란 말이 만고의 진리다.

한관식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현재’(시간(real time) 삶에 모든 시적 베이스를 두고 있다.
보르헤스에 견해에 따르면 ‘현재’에 의해 재생되는 ‘미래’와 ‘과거’는 수정되고 변경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즉 ‘현재’는 인간 인식에 주는 영향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강렬한 시적 인식을 시인 자신만이 체득한 화두로 집약시켜 놓았다. 장자 ‘천도(天道)’에 나오는 ‘윤편(輪扁)’의 일화를 보면, 책을 읽는 ‘환공(桓公)’을 향하여 도발하는 ‘윤편(輪扁)’ 이야기가 나온다. 옛사람의 찌꺼기를 왜 읽고 읽냐고 비아냥대는 수레장인에게 환공은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맘에 안 든다면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 굴대가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굴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도 덜도 아니게 정확하게 깎는 것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뿐, 입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더 깎고 덜 깎는 그 어름에 정확한 치수가 있을 것입니다만, 신이 제 자식에게 깨우쳐줄 수 없고 제 자식 역시 신으로부터 전수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다시 시를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풀면 작가의 개성적인 시작은 해당 작가의 것이지 모방하거나 베낄 문제는 아닌 것이다.

수레를 깎고 틀에 맞추는 행위(시창작)는 그 수레를 깎는 자만이 아는 비의를 깔고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짧은 편견이다.

이 시집 속에는 한관식 시인의 왼손에 대한 보고서는 놓아주고 더는 만날 수 없다는 절대화된 소리를 갖고 있다. 잊혀져가면서 느껴지는 왼손의 체온은 오른손이 재빨리 감싸주어야 존재였지만 시인은 자기 몸에서 체크 아웃된 왼손에 대한 행방은 묻지 않았다.

잡으면 잡히지 않고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다. 울다가 문득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는 기이한 경험도 날이 밝으려면 바람이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는 통각으로 스며들었다.

시인을 덮친 건 1400킬로그램의 쇳덩어리가 아니라 단지 왼손 하나를 낚아채간 섬세한 시적 깨달음이었다. 한관식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발간을 축하하며 시인의 시를 왼손을 거치지 않아도 생명을 얻는 늦은 밤까지 읽고 또 읽는다.

(한관식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04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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