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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임란 영천성 수복 대첩,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배워야 하나?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18.11.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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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쾌한 승리는 역사상 보기가 드물다.
‘성을 포위하여 화공으로 공격하니 왜군들이 불에 타고 물에 빠져 죽은 자가 무수히 많았으며, 거두어 들인 적의 수급만 517과에 달했다.’ ‘1,000 여명의 왜군 중 살아 도망간 자는 수십명에 불과하였다.’ ‘영천성이 수복됨으로써 중간 보급로가 차단되어 안동과 경주의 왜군이 서로 호응하기 어려워지자 영남좌도의 군읍들이 안전해졌다.
이는 모두 영천이 먼저 창의를 하였기 때문이다.’ ‘영천성 수복전투의 승리는 이순신의 명량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중 가장 통쾌한 승리였다.’ 426년 전, 이 고을 영천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 자랑스러운 이야기이다.
이런 장쾌하고 자랑스러운 역사가 묻혀져 있었을까?
파죽지세의 왜군에 속수무책으로 패하던 관군을 대신하여 오직 활과 농기구를 들고 싸워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킨 의병의 투혼과 장거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왕조와 유교관료체제의 체면 때문이 아니었을까? 혹은 임란 후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치열한 논공행상 과정에서 불거진 각 문중들 간의 알력 때문에 영천성 수복대첩의 진정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진정 기억해야 할 것이 이런 장쾌한 승리의 역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쪽발이’ 왜놈들의 잘못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끊임없는 침탈행위에 반복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아닐까?
임란 후 200년 동안 12번이나 일본을 다녀온 조신통신사절단이 얻은 것은 무엇이고 배운 것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이 일본을 제대로 알고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비추어 보았다면 과연 임란의 참극 후 300년 만에 또 다시 나라가 일본에 잡아먹히는 비극을 초래하였을까? 수백명 사절단의 우두머리랍시고 멀쩡한 다리를 가진 놈들이 수천리, 수만리 길을 가마타고 시쳇말로 ‘똥폼’이나 잡으면서 다녀온 게 전부가 아닐까?
 백성들의 피땀으로 엄청난 희생과 비용을 들여 다녀왔으면 뭔가 제대로 보고 배워서 다시는 왜놈들이 깝쭉대지 못하게 스스로 대비를 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요즈음 우리의 적이 과연 일본, 북한, 중국일까?
 고을민 모두가 함께 이룩한 임란 영천성 수복대첩을 놓고 논공행상으로 수백년을 다투는 문중들,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청못 위로 고속도로가 지나가도록 내버려둔 지역의 리더들, 영천의 혼이 깃든 마현산 한복판을 수십년 동안 생활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한 행정, 공무원 인사를 축재의 수단으로 삼은 전임OO, 예산 빼먹기에 혈안이 된 사회단체들, 남이나 환경이야 어떻든 아무렇게나 막살아가는 시민들, 지역의 현안사업들을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만 활용하려는 정치인들 …… 아, 이를 어쩌나!
위기가 오면 또 누군가가 나서서 이 나라와 고장을 구해야 하겠지. 하지만 그들의 희생은 누가 위로하고, 망가진 시민의 삶은 어떻게 보상하나? 임란 영천성 수복대첩을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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