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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열정페이에 관한 단상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18.06.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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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말은 청년 구직자를 고용하면서 열정을 빌미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무급 또는 아주 적은 월급에 많은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착취하는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연기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너는 어차피 공연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으니까 공짜로 연기를 해라”거나, 기자를 꿈꾸는 이에게 “더 큰 무대로 갈려면 여기서 실습같은 스펙을 쌓아야 하니까 부지런히 취재하고 글을 써라”는 등의 이야기가 되겠다. 이런 분노하는 청춘들의 열정을 삼키는 열정페이의 영역은 사회전반에 깔려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부터 한번 짚어보자. 노동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청년실업과 결부된 공급과 수요에서의 불균형을 열정페이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말은 누구나 하고싶어 하는 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달라 든다는 말로 해석된다. 역으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3D업종에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한다. 페이는 적어도 누구나 선호하는 깔끔하고 쉬운 일자리에는 너도나도 해보자니 생기는 현상이란 판단이다.


 예를들어 대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일정기간 꾸준하게 근무하면 곧장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제도가 있다면 아마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 것이다. 인턴 경력이나 실습이 스펙이 될 수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낮은 임금이나 혹 무급으로 일을 시키더라도 경쟁이 치열하고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워 높은 경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현상의 끝에 비정규직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질적으로 저하된 것도 열정페이의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그동안 시행되어온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연구 보고서 등에 나타나는 것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향후 이들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댓가를 받고 안정적인 고용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떳떳한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의 우울한 성적표를 앞에둔 오늘, 고용노동부가 청년들의 취업 활동 지원을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나 정책을 내놓지만 ‘이거다’ 싶은 뾰족한 대책은 없다. 또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일자리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열정페이를 해소할 만한 획기적인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가 현재 시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도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정책이라는 부작용이 실업급여 지급액 역대 최대라는 자료에서 이미 나오고 있다. 정치권도 서로 청년 일자리를 몇만개, 몇십만 개를 만들겠다며 장및빛 전망을 내놓기는 한다. 부디 그들이 만들겠다고 하는 일자리가 청년들의 열정을 갉아먹는 또다른 형태의 열정페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정페이의 현실을 보면서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는 김훈 소설가의 표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시대 기성세대로 살아가면서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없이 낚싯바늘을 삼켜야 하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비정한 현실을 보는듯한 말이라 참으로 안타깝고 처절한 마음이 든다. 단 한 줄의 스펙을 위해서라면 취업이라는 미끼가 달린 낚싯바늘을 숙명처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강제된 일자리 현실이 아닌가. 개인적인 성장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연봉이라 불리는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한 부분이다.


 어쨋거나 더 이상 대한민국을 짊어질 청년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빚에 허덕이게 할 수는 없다.  청년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인식을 변화시키고, 제도와 법을 개정해서라도 청년들이 착취대상이 아니라 건전한 나라의 기둥으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미약한 개인인 근로자는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장받기 위해서 더욱 많은 ‘노오력’을 해야한다. 사업주들한테는 지금 이 순간 열정페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는 청년이 내 자식이라면 한 푼의 월급없이 일하라고 할거냐고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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