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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칼럼]테러’와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이들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16.08.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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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7월 마지막 날은 일요일이었다. 프랑스 루앙 대성당에서는 가톨릭 신자 2000여 명과 무슬림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7월 26일 화요일 아침 미사 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에게 살해당한 자크 아멜(86) 신부를 추모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이곳은 사건 현장인 셍테티엔 뒤 루브레 성당을 관할하는 루앙대교구 주교좌성당이다.
루앙은 15세기 전반 백년전쟁 후기, 영국에 맞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적인 소녀 잔다르크가 이단(異端)으로 몰려 화형을 당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노르망디 지방의 중심 도시인데, 프랑스 북서부에 있는 ‘노르망디’는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만 인이 10세기에 이곳에 노르망디 공국을 세웠기 때문에 ‘노르만 인의 땅’이라는 뜻으로 지명이 붙여졌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당긴 연합군 측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기억에 남아있고, 천주교 영천성당 두 번째 주임 사제였던 루이 델랑드 남대영(1940. 5. 1.~1950. 3. 25. 재임) 신부도 노르망디 출신 선교사다.


31일 미사를 주례한 도미니크 레브런 루앙 대주교는 무슬림에게 “여러분의 미사 참석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죽음과 폭력을 거부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사실 IS 추종세력은 지난해 11월 13일 금요일 파리 테러를 저질렀고, 금년 3월 22일 벨기에 브뤼셀 공항 연쇄 테러에 이어 4월에는 이미 “이슬람국가(IS)가 올여름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남유럽 지중해 휴양지에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이탈리아 정보당국이 입수했다”는 보도도 나와 불안감이 증폭된 가운데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공휴일인 7월 14일 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트럭 테러’로 지구촌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테러범은 해변에서 축제를 즐기던 군중을 대형트럭으로 무자비하게 덮쳐 최소 84명이 숨졌고 202명은 다쳤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문명이 혼재된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터키는 잦은 테러에 이어 군부 쿠데타로 몸살을 앓으면서 관광대국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아래서 프랑스 북부 도시 랭스의 생레쥐 성당에서는 무슬림 30명이 티셔츠를 맞춰 입고 미사에 참석했다. 티셔츠에는 “테러리즘은 종교나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써 있었다. 같은 날 독일 뮌헨 성모교회에서 열린 이란계 독일인 총기 난사 희생자 추모식에도 그리스도교 신자뿐 아니라 무슬림과 유대교도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리하르트 막스 추기경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참석한 이날 추모식에서 “불신과 공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뮌헨의 이슬람 지도자 다리 하제르는 “2주 동안 잇따라 테러를 당한 독일이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 속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이탈리아 이슬람연맹의 압둘라 코졸리노 사무총장은 나폴리 생제나로 성당에서 소회를 피력했고, 로마 성모마리아 대성당에서는 3명의 이슬람 이맘이 앞줄에 앉아 미사에 참여했다. 무슬림들의 가톨릭 미사 참석은 프랑스무슬림평의회(CFCM)를 비롯한 유럽 각국 이슬람 단체들이 연대와 애도의 뜻으로 제안해 성사된 것이다. 이는 가톨릭교회와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이슬람과 테러를 구분하고 포용하려는 화합의 손을 먼저 내밀었기에 가능했다. 아멜 신부가 살해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7일 “이는 종교 간 전쟁이 아니다”고 이슬람과 테러를 연계시키는 것을 경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슬람을 폭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테러 뒤에는 돈의 우상화와 사회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이슬람의 폭력에 대해 말하려면 가톨릭의 폭력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전쟁’이란 말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참된 종교인, 참된 신앙인이라면 ‘하느님’의 이름을 팔아 자신, 또는 자신들의 이득을 좇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9월 4일 시성을 앞둔 마더 데레사 수녀는 생전에 인도 총리 데사이에게 써 보낸 1979년 3월 26일자 편지에서 “가난한 이에게 봉사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간디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썼다.


“총리 각하와 지도자 여러분 중 어떤 이는 하느님을 이쉬와르(Ishwar)라 부르고, 어떤 이는 알라(Allah)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단순히 ‘하느님’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모두는 그분께서 가장 숭고한 일, 즉 사랑하고 사랑받도록 우리를 창조하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창조하셨고, 사랑하고 계신 하느님, 어느 날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그 하느님을 찾고 있는 우리 인도 국민들(데레사 수녀는 인도인으로 귀화했음)을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유럽 등지에서 젊은이들이 경제적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테러의 원인이며, 우리 유럽인들이 이상을 품지 못하도록 버려둔,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나는 스스로 묻는다”라며 “그들이 마약과 알코올로 눈을 돌리고 IS에 가입한다”고 걱정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잇단 테러나 공격 중에서는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들이 극단적 공격에 나선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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