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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나누미칼럼]리키다의 몰락과 교훈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16.05.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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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진 한학자
 

현재의 나이가 40대 중후반을 넘기신 분들이라면 리키타 소나무를 기억하실 것이다.
전후 60년대를 겪으면서 극심한 경제난으로 온 국민들이 산에 올라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는 바람에 우리의 산야는 벌거숭이가 되었으니, 맹자가 말하는 ‘우산(牛山)의 나무’가 바로 그것이리라.
우산(牛山)의 나무란 이런 얘기다. 옛 선진(先秦)시대 중국의 어느 도시의 근교에 우산이란 산이 있었는데 숲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너도나도 우산의 아름다움을 얘기하곤 하였는데, 어느 날 부터 그 도시의 사람들이 우산에서 나무를 채취하였다.
그러기를 몇 해가 되지 않아 우산은 나무 한포기 없는 벌거숭이산이 된다.
그러자 사람들은 자신들이 나무를 없앤 것은 잊어버리고 나무 없는 우산을 흉물스럽다 말을 한다. 이것이 우산의 얘기다.

산야의 황폐함으로 인해 비만 오면 도처에서 홍수가 지고 산사태가 일어나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그러자 70년대 들어 당시 대통령 이었던 고 박정희 대통령은 이른바 산람녹화 5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나무가 있는 푸른국토 가꾸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바로 이때 헐벗고 척박한 우리의 토양에 잘 자란다는 리키타 소나무를 수입하여 방방곡곡에 배포하여 일제히 심기 시작한다.

아실테지만 리키타 소나무의 성장력은 대단하였다.
우리의 소나무인 조선솔과는 비교 자체가 불허되리 만치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여 어느 듯 눈에 보이는 푸른 솔밭은 거개가 리키타가 차지하게 되었다.
아마 당시를 회고해 보면 그들의 승승장구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지 싶다.
이에 반하여 우리의 소나무들은 보기에도 보드랍고 연약해 보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맹렬한 기세의 외래 수입종인 리키타에게 모든 땅을 내어주고 비탈지고 구석진 외진 곳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세월은 40여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그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동안 리키타는 얼마만큼 우리의 식생을 점령하며 잘 자라고 있는가?

놀랍게도 아까시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초기의 성한 기세는 어딜 가고 이젠 우리의 재래수종인 소나무와 비교하면 존재조차 보잘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과연 무엇으로 하여금 이들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는가?
어느 산림학자는 말한다. 리키타 몰락의 원인은 바로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생태 본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우리의 고유 수종인 조선솔은 뿌리나 가지가 공간 활용을 함에 있어 이웃한 가지나 뿌리와 공생을 위한 배려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에는 그 세력이 미약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적절한 공간배치로 인한 햇빛과 양분의 공유로 더욱 세력을 떨친다.
반면 리키타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며 공격적인 생태본능으로 초기의 생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그들은 한곳으로만 모이는 가지와 뿌리는 결국 영양분의 공급과 햇빛의 분배가 제한 내지 고갈되어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생장이 심히 둔화 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생을 도모하며 상생을 실천하면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삶이 보장되지만,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결국은 공멸(共滅)만이 있을 뿐.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양생(養生)의 도리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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