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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나누미칼럼]조선시대 통신장비 - 나각(螺角)

  • 채널경북 webmaster@channelkb.co.kr
  • 입력 2016.01.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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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완 예문관 이사
 

발라(바라)라는 용어는 현재 사용 중인 국악기의 자바라( 囉:타악기의 하나. 놋쇠로 만든, 둥글넓적하고 배가 불룩한 것으로 두 짝을 마주쳐서 소리 냄)와 나각(螺角)의 두 가지 악기를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나각을 의미한다.

발( )은 숨을 내쉬는 소리이고 라(囉)는 노랫소리를 돕는 소리이다. 바라는 나(螺:소라) 껍질로 만드는데, 소라가 늙고 큰 것이면 더욱 좋다.

『긴 소리로 바라를 세 번 부는 것은 병사들에게 몸을 일으키라는 신호이며, 다시 한 번 부는 것은 마병(馬兵)은 말에 오르고 전차병은 전차에 붙으며 보병은 무기를 잡고 대기하라는 신호이다』

『단지 바라만 부는 것은 지휘관이 출동하라는 신호인데, 밤에 유숙할 집을 찾을 때에 바라를 부는 것은 단지 초관(哨官)과 대장(隊長)만이 출동하라는 신호이다.』

나각(螺角)은 ‘소라 피리’이다. 바다에서 건져낸 소라 껍데기 끝 부분에 구멍을 내어 불면 뱃고동같이 멀리 가는 소리가 난다. 나각은 ‘피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그 구조가 단순하다. 소라가 지닌 자연음을 그대로 낼 뿐이며, 음정도 단 한 개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각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군대의 행렬과 불교 의례를 위한 ‘악기’로 대접받아 왔다.

나각은 다른 이름으로 ‘소라’ 또는 ‘나’ 등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나(螺)는 일명 고동으로, 깊은 산골짝 속에 있다가 삼춘(三春)에 양기(陽氣)가 발동하면 울므로 이것을 불어 진작(振作, 일어나는 신호)하는 신호로 삼은 것이다.

나각은 불교의례에 편성되는 필수 악기로, 불교문화의 성행[聖行, 보살이 자신의 해탈을 위하여 행하는 계율, 선정(禪定), 지혜의 삼학(三學)]과 함께 그 전승도 더 활발히 이루어졌다. 불교 승려들은 수행을 위해 입산하면서, 맹수의 공격을 피하거나 동행자들에게 위치를 알릴 때 나각을 불었다.

나각이 군악의 일종인 위장악(衛仗樂)에서 쓰인 예는 고려 시대부터 확인된다. 『고려사(高麗史)』「예지(禮志)」‘여복(與服)’에 의하면, 왕이 지방 순수(巡狩)를 하거나 팔관회(八關會)에 거동할 때 임금수레 앞에는 취각군(吹角軍), 수레 뒤에는 십여명에서 삼십여 명에 달하는 취라(吹螺)군들이 수행했다. 이러한 취라군의 전통은 조선 시대에도 계속되어 취각(吹角)군과 함께 군악(軍樂)을 대표하는 악대로 전승되었다.

군악에서의 나각 편성과 연주 인원에 대한 내용은 『조선왕조실록』외에도 조선 후기의 병서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나각이 군악에서 변함없이 연주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전통이 오늘날의 대취타(大吹打)로 이어진다.

나각은 자연산 소라의 크기에 따라 그 소리가 제각기 다르며 나발과 같이 한 음을 길게 내는데 쓴다. 지공이나 별다른 음높이 조절 장치가 없고, 부는 방법에 따라 나발과 같이 배음 연주가 가능하나 실제 음악에서는 한 음만 길게 끌어 연주한다.

나각은 바른 자세로 서서 오른손으로 소라의 벌어진 끝이 위쪽을 향하도록 잡고 연주하는데, 이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소라 안쪽으로 넣어 감아쥠으로써 소라 몸체가 손바닥에 닿도록 한다. 자세를 잡고 나면 취구(吹口)에 입술을 대고 나발을 불듯이 입김을 힘껏 불어넣어 낮고 우렁찬 소리를 내는데, 별다른 연주 기교는 없다. 대취타 연주 때에는 나발과 나각이 한 각씩 번갈아 가면서 소리를 낸다.
나각은 주로 궁중 연례(宮中宴禮)와 군악에 사용되었고,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 중 〈정대업 定大業〉의 일무(佾舞)에도 사용되었다. 지금은 <대취타>에 쓰이고 있는데, 나발과 엇갈리며 번갈아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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