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처음 ‘천룡인’이라는 말을 봤습니다. 낯선 말이라 당장 검색을 했죠. 이 말은 일본 만화에서 나온 말이더군요. 뜻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이나 ‘권력 남용을 일삼고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사람’ 정도. 여하튼 모든 법 위에 군림하는 귀족을 천룡인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최근 의대 증원을 놓고 파업을 벌이는 의사들을 빗대 부르는 말이란걸 알았습니다. 물론 이 말 속에는 냉소와 반감이 함께 들어 있음을 직감합니다. 하루아침에 의사들을 그렇게 부르는건 아니겠죠. 우리 사회에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양면성이 있습니
(지난호에 이어)화려한 자리에서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으로 흥청망청 살다가 추락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이처럼 사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위해 사는 일이라는 것과 그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의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흔히 명예, 권력, 재력이 있는 사람을 힘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인생의 진정한 강자는 하찮은 일이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남보다 가진 것이 좀 부족하다고 의기소침해 하고, 남보다 명예로운 자리에 있지 않다고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가면 옻골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마을 주변에 옻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에 옻나무가 많아진 이유는 마을의 기운을 보호하기 위해 심어졌다는 풍수비보 차원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내용인 즉, 옛날 동네 가운데에 정자가 있었는데 지나가던 노인이 정자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고는 ‘이 마을의 정자에서 앞쪽 저 멀리 흐르는 금호강 물이 보이면 지기가 쇠하여 마을이 망할 것이다.’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 후 홍수로 금호강 물이 보이자 이상하게도 주변에 울창했던 나무들이 말라죽고 동네 주민들
에어포켓(17)목요일은 수강생을 위한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작업실 가운데를 널찍하게 치우고 수강생들은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여 누드모델 뎃생 수업을 했다. 석고 뎃생에서 한 단계 넘어간 누드모델 뎃생 수업은 수강료도 올랐지만 그만큼 저마다 진지해져 있었다. 남의 벗은 몸은 동성적이라 하더라도 시선을 끌 충분한 매력은 있었다. 수업 시작 전에 공간 확보와 수업이 끝난 뒤 원위치가 내 몫이었다. 수업시간에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 구석진 곳에 가림막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고 있어야 했다. 몇 번 호기심에 커튼을 살짝 걷고 누드모델에게 관심을
어제 오랜만에 한 통화해서 1년 반 전 사정을 이야기해 줘 알았다. 영민씨는 그 사이 그 인생에서 엄청난 파고를 하나 넘었다. 아니, 아직도 넘고 있는 중이었다. 그동안 우리의 주 대화는 주로 A 씨의 소식이고, A씨와 추억이었지만 어제는 영민씨의 생활사였다. 에는 영민씨의 사연이, A씨의 사연이 아주 다양한 색으로 그려져 있다. 물론 그 사례 속엔 나도 있다.마흔을 넘는 지혜가 우리 40대 모두에게는 공히 똑같이 필요한데, 우리 대다수에게는 그런 지혜가 딱 필요할 때는 없다. 시간이 지나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택시나 택배와 같은 운수업에 종사하는 생계형 고령층 재취업이 크게 늘어났다.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없고 사람만 상대할 줄 알면 된단다. 또 퇴직을 하고서도 대부분 혼자서 일을 할 수 있고 정년도 없는 직종이라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명퇴 등으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49세다. 이때부터 국민연금을 받기까지는 소득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자영업에라도 뛰어드는 경우가
선주암(仙舟巖)은 수도(修道)폭포160)의 곁에 있다. (원문) 仙舟巖 在修道瀑布傍병풍암(屛風巖)은 고을의 서쪽 45리에 있다. (원문) 屛風巖 在郡西十五里봉암(蜂巖)161)은 고을의 북쪽 30리에 있다. 함계(涵溪) 정석달(鄭碩達 1660~1720)의 시(詩)에 읊기를,“홀로 푸른 호수 위에 섰더니어린 복숭아가 첫 꽃을 피울 때라 한가로이 읊조리다 돌아갈 길 잊었더니시흥(詩興)이 꽃과 가지에 남았네” 라고 하였다. (원문) 鳳巖 在郡北三十里 涵溪鄭碩達詩 獨立靑湖上 小桃初發時 閒吟忘去路 詩興在花枝조옹대(釣翁臺)162)는 고을의 북쪽
“갑진년 새해 복 많이 짓고, 많이 받으소서.” 양력으로는 벌써 2월 중순이다. 그렇지만 우리 고유의 풍습에 따라 정월의 달에는 첫 만남에는 서로 새해인사를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복을 짓고 받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속의 일이다. 올 한해 모든 이들이 서로의 복전(福田)이 되어주고 그 복 밭에 복의 씨앗을 뿌리는 날들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禹在龍 義士 略歷(우재룡 의사 약력) ⑥ 독립유공자 공적조서②서울에서 일본군과 일전 벌인다는 목표로 청하, 월연동에서 일본군 격파군대해산으로 참여한 군인들이 가져온 근대적 무기는 의
(지난호에 이어)베풀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요, 좋은 가르침을 받아 온순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베풀면서 사는 사람과 다른 이의 가르침을 들으며 사는 사람의 마음에 불행이 있을 수 없습니다. 늘 행복한 마음으로 충만하게 되어 있습니다. 많은 돈을 보시하는 생활보다 보시하는 그 마음을 낮출줄 아는 사람이 복을 받으며, 그렇게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은혜를 알고, 겸손하게 사는 사람이 복을 받습니다.20세기 최고의 부자였던 앤드루 카네기라는 사람은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하면서 평생 모든 재산을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공간에는 기(氣)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기의 발생은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천기와 땅에서 발생하는 지기가 있다. 풍수에서는 이러한 기운들을 잘 다스려 생전에는 인간생활에 건강한 삶을 제공하고 사후에는 망인의 평안과 더불어 후손들의 발복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풍수하면 먼저 명당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명당은 곧 좋은 땅, 좋은 장소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풍수에서의 명당이란 정확히 말해 양택에서는 집 건물이 들어설 자리가 아닌 건물 앞의 넓은 마당, 음택에서도 시신이 누워있는 묘소 앞쪽에 넓
에어포켓(16)서화인의 몸은 남편의 폭력을 기억하고 있었다.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움찔움찔하거나 어떤 때는 아낌없이 밀착되어 내 숨통을 죄여오는 압박감을 주기도 했다. 아마 스스로 터득한 섹스의 자세라고 넘기기에는 미안한 면이 없지 않았다. 틀림없이 불안과 공포가 내재된 몸짓이었다. 혼자만의 만족으로 외면한다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차근차근 대화로 떨쳐내 주고 싶었다. 그전의 상처와 아픔에 의해 움츠려든 섹스의 고정관념을 한 꺼풀이라도 벗겨내 주는 것이 바른길인 것 같았다.“당신의 몸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리코더, 단소, 하모니
. 며칠 전 책 제목에 꽂혀 구입했다. 어제 이 책을 읽다가 오랜만에 여러분과 통화를 했다. 양기(陽氣)를 너무 뿜어낸 탓인지 저녁답에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집사람이 삼겹살을 구워줬다. 다행히 현기증은 금세 사라졌지만 평소보다 피곤기는 더했다.이 책은 출간(2013년) 당시 KT에 22년째 근무 중인 채현수라는 사람이 45세에 쓴 책이다. 10년이 흘렀으니 그도 아마 ‘퇴직자’가 됐을 것이다. 이 책은 마흔을 넘는 대한민국 직장 남성 혹은 가장의 삶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부정적으로 징징대며
‘우수,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 곧 완연한 봄이 찾아온다. 우수가 지나가고 동면하던 개구리가 잠에서 깨는 시기인 경칩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는 따뜻함과 추위가 반복적으로 이어져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크다. 우리는 이 시기를 해빙기라 부른다.해빙기란 사전적 의미로 얼음이 녹아 풀리는 때라는 뜻이고 보통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로 본다. 일교차가 큰 해빙기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특히 공사현장이라든지 상수도 시설, 아파트 등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설현장에는 공사 시
탕건봉(宕巾峰)은 고을의 서쪽 10리에 있다. 손후익(孫厚翼)의 시(詩)에 읊기를,“어떤 탕건 쓴 객이 있어단정하고 엄연하게 왕의 마당에 서있네옛 나라에는 왕의 문장 있으니그대에게 기대어 다시 오래 삶을 구하리” 라 하였다. (원문) 宕巾峰 在郡西十里 孫厚翼詩 有何高帽客端儼立王庭 舊國王章在 憑君復壽齡성혈암(聖穴巖)은 고을의 북쪽 40리에 있는데, 기룡산(騎龍山) 바위 속 동굴이 둥글게 휘어져 있어 가히 바람과 비를 피할만하다. 임진왜란 때 선비(사인士人) 이현남(李顯男)이 〔임고서원에 봉안되어 있던〕 성묘의 위판(聖廟位板)을 임시로
산남의진이 창의된 땅 자양은 충효의 정신이 깃든 땅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그리고 산업화의 시대적 질곡을 거치면서 산남의진도, 효자에 대한 이야기도 심지어 이 땅 자양에조차 잊혀졌다. 2024년 1월 29일은 잊혀진 효자 이야기를 다시 공론화하며 보현리에 서 있던 김주헌 효자비(金周憲 孝子碑)를 복원하고 ‘효자 김주헌 공원’을 조성하자며 지역의 어른 서른 여 분이 보현자연수련원에 모여 발기(發起)하였다. ‘자양 효공원’이 충효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으로 잘 조성되리라 기대하면서, 우재룡 선생에 대한 국가보훈부 홈페이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좋은 배우자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 여겼습니다. 전국 성인 남녀 5천20명을 대상으로 ‘행복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31%가 ‘좋은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답했던거죠. 이런 조사 결과와는 달리 유독 2030의 젊은 세대들의 결혼관을 보면 사실상 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지난달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혼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20~30대 청년들의 비중은 자꾸 감소하고 있습니다. 혼인
조선시대 경복궁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종묘를 우측에는 사직단을 건립하고 외곽에 도성을 쌓으면서 동쪽의 출입문을 동대문(흥인지문), 서쪽의 문을 서대문(돈의문), 남쪽의 문을 남대문(숭례문), 북쪽의 문을 숙청문(숙정문)이라 하여 이를 사대문이라 하였다. 이 사대문은 동서남북의 방위에 따라 이름을 붙였으나 정식 명칭은 유교사상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 근거를 두고 지은 것이다. 동대문은 인(仁)을 일으키는 문이라 하여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의(義)를 돈독히 하는 문이라 하여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예(禮)를
(지난호에 이어)“일일신(日日新)하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라는 말인데, 이는 어제와 다른 마음으로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어제의 잘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오늘을 생활 할 때 잘못은 덜하고, 어제 잘한 것은 오늘도 더욱 잘하면서 매일매일 의미있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일일신’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대길상경’이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길상(吉祥)이라는 것은 ‘운수가 좋은 조짐’ ‘상서로운 일이 있을 징조’를 뜻합니다. 즉
에어포켓(15)곤충생태 공원이 살아났다. 내방객들의 시선이 잠자리조형물을 거쳐 간다는 것만으로, 표현봉 조각가의 예술적 가치를 상승시켜주는 계기가 된듯했다. 보름동안 머물면서 금속에 지나지 않던 물질이 조각가의 손을 거치자, 생명을 부여받은 조형물로 탄생되었다. 내방객들의 감탄사를 은근히 즐기면서 제막식이 끝나고 이틀을 더 머물러 있었다. 표현봉은 스스로 작업 스타일이라고 했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추가요금 없이, 자비로 수정작업을 해야만 만족을 느꼈다. “예술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항상 자신에게 과감히 던져야 해. 귀찮다
지난해 6월 막날, 7년간 봉직했던 두 번째 신문사 한국일보에 사직서를 낸 날, 나는 딱 2명에게 감사전화를 넣었다.2010년 10월, 5년 2개월 머물렀던 첫 번째 신문사 영남일보에 사직서를 내고는, 일주일간 100여명에게 감사전화를 넣었다.2명과 100명. 5년과 7년. 이 시간과 숫자 사이에는 간단하지만 깊은 깨달음이 있다. ‘사람, 그거 제아무리 용써봐야 무용하다는 것이다. 헛지랄 떤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에 이어 이 나오고, 내게는 어떤 좋은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일의 형편이